정부가 24일 국회 모든 상임위원회가 언제,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개정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 법을 그대로 공포할 경우 행정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정도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도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를 열 수는 있지만 새 법이 시행되면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청문회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정치적 반대자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망신 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를 보면 하루에 100명이 넘는 증인·참고인을 불러놓고 불과 1분 묻고 돌려보내거나 아예 대기만 시킨 상태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기업인을 제외해주면서 지역구 민원이나 취업 청탁과 바꿔 먹는다는 얘기마저 파다하다.

상시 청문회는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그런 나라들 청문회는 상임위 활동이나 입법에 참고하기 위해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 의견을 듣는 자리로 활용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대로 시행되면 몇 날 며칠씩 수백명을 불러내 윽박지르는 국정조사의 확대판이 될 소지가 크다. 무차별적으로 호통치는 일이 365일 벌어진다면 국정은 멈추고 기업인들이 해외를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이 법이 위헌 소지가 있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무턱대고 거부권을 행사하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일부와도 정치적 대립이 격렬해지고 국정 운영에 협조를 받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국회 스스로가 청문회를 전문가나 이해 관계자들로부터 진지하게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로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과거처럼 증인 망신 주기나 즐기며 국회의원의 힘을 과잉(過剩) 행사하게 되면 국회 해산론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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