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 시절 전립선암 치료제 개발을 주도해 대성공을 거둔 뒤 귀국해 한국형 신약(新藥) 개발에 도전한 유동원(41)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위원(연세대 교수)의 스토리가 어제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서울대 공업화학과에서 박사까지 마친 유 교수는 UCLA(캘리포니아LA대학)에서 박사 후(後) 과정을 밟던 중 UCLA 연구팀에 합류했고, 그가 제안한 신물질 아이디어를 토대로 개발된 '엑스탄디'는 작년에만 세계시장에서 2조원어치가 팔리는 대박을 터트렸다. 유 교수가 받은 성과급은 600억원이 넘는다.

본인이 원했다면 유 교수는 미국 어느 대학, 어느 제약사 연구소라도 들어가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쏟아지는 영입 제안을 거절하고 돌아와 나노(극미세) 기술을 활용한 항암 치료제 개발이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한국에서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하나만 더 만드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선진국에서 이만큼 연구 실적을 인정받은 연구자가 국내에 돌아온 경우는 거의 유례 없는 일이다. 열악한 환경을 마다치 않고 한국발(發) 신약 프로젝트에 연구 인생을 건 유 교수의 도전이 반갑다.

그는 "국내 대학·연구소의 인력이나 장비는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연구 방식과 연구실 문화가 폐쇄적이고 수직적이어서 성과를 못 내는 것이다. 창의적 연구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누구 밑에서 배웠느냐를 따지는 인맥·학맥 중시 풍조다. 연구실 내에서도 지도교수나 선임자가 성과물을 독식하고, 팀원 간에 칸막이가 쳐져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문제다. 유 교수는 미국에서 배운 '수평적 문화'와 '팀 연구' 시스템으로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했다.

이제 유 교수가 한국 특유의 연구 풍토를 바꿔가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돕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에서 되는데 한국에서도 못 할 리 없다는 그의 포부가 멋지게 성공해야 한국 경제의 미래에도 밝은 빛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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