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임기가 30일부터 시작됐다. 누구도 독주(獨走)할 수 없는 여소야대(與小野大) 3당 체제가 막을 올린 것이다. 양당 구조에서 정부·여당의 독선과 야당의 발목 잡기로 파행을 거듭했던 19대 국회와 달리 각 당이 마음먹기에 따라 협치(協治)를 모색할 공간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여야 각 당은 일제히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다. 더민주 의총에서는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와 같은 정치적 쟁점에 매몰되지 말자"는, 국민의당에서는 "관성적 진영 논리를 넘어서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모습들이 20대 국회가 과거와는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어느 당도 지금 우리가 처한 구조적 위기 상황에 대해 근원적 해법을 제시하려는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당은 20대 국회에서 추진할 중점 정책과 법안들은 발표했지만, 고착화된 저성장 문제 등 거시적 난제들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물론 해법을 제시해야 할 일차적 당사자는 박근혜 정부다. 하지만 지난 총선으로 인해 국정의 중심축이 사실상 국회로 넘어간 만큼 국회가 의지를 갖고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는 사안이다.

여야는 이번 국회만큼은 정상적으로 시작해 입법부가 준법(遵法)의 모범을 보이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국회법에 따라 내달 7일 개원식을 갖고 의장단을 선출한 다음 9일 상임위원장 배정을 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87년 개헌 이후 국회에서는 한 번도 개원식이 법정 시한 내에 열린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상임위원장 배분 때문에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또 실패하면 법을 만드는 국회가 '위법(違法)'의 불명예스러운 전통을 30년째 이어가게 된다. 어느 당이나 중요 상임위 독식(獨食)이 어려워진 만큼 여당이 먼저 운용의 묘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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