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병들이 추위를 막기 위해 쓰는 침낭을 공급하는 업체들끼리의 로비에 전·현직 군 간부들이 놀아났던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이 바람에 군 복무 의무를 수행하는 젊은이들이 30년 전 개발된 구형(舊型) 침낭 속에서 겨울 추위를 견뎌야 했다. 개당 16만원인 구형 침낭은 그간 몇 차례 품질을 개량했다고 하지만 시중 아웃도어 제품보다 무겁고 보온력은 떨어지고 값은 더 비쌌다고 한다.

전·현직 군 간부들은 두 납품 업체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였다. 한 업체가 예비역 장성에게 3750만원을 줬고 그 예비역 장성이 현역 대령을 움직여 2012년 문제의 업체가 새 침낭 개발 사업자로 선정됐다. 구형 침낭 37만개를 교체하는 사업이었다. 그러자 1986년부터 군에 침낭을 납품했던 다른 업체가 다른 예비역 장성을 통해 새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를 비방하는 허위 문서를 군에 전달해 다시 납품업자가 됐다. 이 과정에는 다른 현역 대령이 동원됐다. 두 업체의 이런 진흙탕 로비전이 얽히면서 군 침낭을 교체하려던 사업은 무산됐다.

그동안 고가의 무기와 관련된 방위산업 비리가 수도 없이 터져 나왔다. 국민들은 이런 썩은 군대가 적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이제 그 비리는 병사들이 먹고 입고 잠자는 물품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로선 분통 터지는 일이다.

국방부는 최근 육군 생활관을 침상형에서 침대형으로 바꾸는 사업에 2조6000억원을 요구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10년간 6조8000억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아직도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느냐며 돈을 어디에 썼는지 소명하라고 했다. 63만명 장병에게 100만원짜리 침대를 하나씩 공급한다 해도 6300억원이면 된다. 생활관 개축비를 더해도 5조원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군은 언제까지 국민 세금을 삼키기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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