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의 푸른 껍질이 까맣게 타들어가자 초미세 먼지 농도 측정 장비의 그래프가 급상승 곡선을 그렸다.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101㎍ 이상·㎍은 100만분의 1g)의 30배에 육박하는 2953㎍까지 치솟자, 주방에 있던 모든 이가 입을 막고 기침을 해댔다. 이렇게 높아진 초미세 먼지 농도는 주방의 레인지 후드를 최대치로 가동하고 집의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해도 10분 넘게 이어졌다. 요리 전 실내 농도인 25㎍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26분. 다들 "주범은 주범인가 보네" 하며 고등어를 바라봤다.

[[키워드 정보] 초미세먼지 예보 절반이 빗나가]

최근 환경부가 '매우 나쁨' 수준의 수십 배에 육박하는 초미세 먼지를 내뿜는다고 발표했던 고등어·삼겹살 구이의 위해성을 본지 취재팀과 실내 공기질 전문가인 손종렬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교수 연구팀,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 측정팀이 공동으로 검증해봤다. 실험은 1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4인 가족 거주 아파트에서 진행했다. 집 면적은 112㎡(34평)였다. 조리 시간(10분)을 정해 측정한 결과만 내놨던 환경부와 달리, 조리법과 기구 등에 차이를 둬 다양한 조건에서 실험했다.

탄 음식, 주방 공기 오염의 원흉

등 푸른 생선을 향했던 원망은 다른 방식으로 구이를 진행하면서 바뀌었다. 강한 불이 아니라 중간 수준의 불로 구워 겉면이 노랗게 익었다 싶으면 뒤집고, 프라이팬 기름을 수시로 닦아가면서 요리하니 초미세 먼지 농도 측정 곡선은 완만했다. 고등어가 노릇하게 구워졌을 때 주방 초미세 먼지 농도는 최고 291㎍으로, 탔을 때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이전 실내 농도를 되찾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

이처럼 탄 부분 없이 적당하게 요리한 고등어구이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수치 291㎍으로, 환경부 조사(2239㎍)의 12%가량에 불과했다. 삼겹살도 비슷했다. 프라이팬 위의 삼겹살이 거뭇해질 때 초미세 먼지 농도는 최고 702㎍까지 올랐다. 반면 전기로 열을 내 음식이 거의 타지 않는 조리 기구로 구울 때 최고치는 142㎍이었다. 손종렬 교수는 "고등어·삼겹살 구이 때 조리법이나 조리 기구에 따라 초미세 먼지의 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결과"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음식이 타는 건 높은 온도에 갑자기 구워질 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러면 나무·석탄을 불에 때서 연기가 엄청나게 나올 때처럼 고체 입자인 미세 먼지 배출량이 급증한다"고 설명했다. 홍천상 한국외대 교수는 "음식을 적당한 온도에서 서서히 굽지 않고 고온에 급속 가열하면 산소 공급이 충분치 않아 불완전 연소한다"며 "이러면서 표면이 그을리고 고체 연료를 땔 때처럼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된다"고 했다.

환기·후드 가동으로 최대 95% 감소

구이 요리의 초미세 먼지 저감 효과는 레인지 후드를 가동시키거나 부엌 창문을 열고 했을 때도 컸다. 고등어의 경우 창문을 열고 후드도 켠 채 요리하면 요리 후 초미세 먼지 농도가 평균 183㎍으로, 아무런 환기 조치를 하지 않고 태웠을 때(평균 2047㎍)보다 95%가량 낮았다. 후드만 가동하고 창문을 닫았을 때(평균 315㎍)는 85%로 낮아졌다. 또 구이 시 초미세 먼지 농도는 요리가 완성된 뒤 불을 끈 직후에 대부분 최고치를 찍었다. 레인드 후드 제조업체 하츠 측은 "요리할 때 깜빡하고 창문을 열거나 후드를 켜지 않았다면 음식을 다 만든 다음에라도 후드를 켜는 등의 환기 조치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요리할 때 쓰는 기름의 종류는 초미세 먼지 발생과 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브로콜리 등 야채를 카놀라유로 볶을 때 초미세 먼지 농도는 94㎍(요리 후 평균)이었고, 올리브유로 했을 때는 109㎍이었다. 손 교수는 "태울 때처럼 비정상적으로 높진 않지만 밀폐된 환경에서 음식을 태우지 않을 때의 초미세 먼지 농도 역시 '매우 나쁨'을 모두 넘는 수치"라면서 "주방에서 요리할 땐 최대한 환기에 신경을 쓰면서 요리하는 게 올바른 조리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