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왼쪽), 김정주 회장.

게임업체 넥슨의 비(非)상장주를 사들여 126억원 대박을 터뜨린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최초 주식 매입 대금은 넥슨이 회사 자금으로 대준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공직자윤리위원회와 법무부의 진 검사장 감찰 결과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 2005년 6월 넥슨 주주(株主)였던 이모(54)씨에게서 주식을 사들이면서 넥슨으로부터 자신의 금융 계좌로 4억2500만원을 송금받았다. 진 검사장은 이 돈을 이씨에게 주고 주식 1만주(株)를 매입했다.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돈을 송금한 것은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창업주는 진 검사장과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다. 진 검사장은 2006년 초 무렵 장모로부터 받은 돈과 개인 자금을 끌어모아 넥슨에 돈을 돌려줬다고 한다.

진 검사장은 지난 3월 말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넥슨 주식 매입이 문제가 되자 "기존에 제가 가지고 있던 돈으로 샀고,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의 권유로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4월 공직자윤리위 조사에서는 "개인 보유 자금과 장모에게 빌린 돈으로 샀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가 진 검사장의 금융 거래 내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을 송금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공직자윤리위 일부 위원은 이에 "진 검사장이 윤리위를 속이려 한 것인데 가만있어선 안 된다"고 흥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직자윤리위는 법적으로 공직자의 재산 신고 실사(實査) 결과의 구체적인 내용을 외부로 공개할 수 없게 돼 있어서 지난 5월 17일 '진 검사장이 사실과 다르게 소명했다'고만 발표하고, 법무부에 진 검사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진 검사장은 최근 법무부 감찰관실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정주 창업주에게 부탁해 넥슨 돈을 빌려서 주식을 샀고 나중에 이자까지 쳐서 갚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진경준에게 엄청난 특혜 준 것

진 검사장이 넥슨 비상장주를 매입한 2005년 넥슨은 매년 수백억원씩 흑자(黑字)를 내던 우량기업이었다. 일반인은 넥슨 주식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품귀(品貴) 주식이었다. 사두기만 한다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실제 진 검사장이 보유했던 주식은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하자마자 가격이 폭등했다. 진 검사장은 2015년 주식을 126억원에 매각해 122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은 김정주 창업주와의 친분과 현직 검사 신분에 따른 특혜라는 의혹이 그간 가시지 않았다. 김 창업주의 지시로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최초 주식 매입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 됐다.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매각한 넥슨 주주 이모씨는 김 창업주에게 초기 창업 자금을 지원한 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 검사장은 "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던 대학 친구가 주식을 사라고 주선했다"고 말해왔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경준·김정주 수사 어떻게 되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월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진 검사장과 김 창업주를 뇌물 수수와 뇌물 공여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맡겨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고발인 자격으로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김 창업주가 넥슨 회사 돈을 진 검사장에게 송금하도록 지시한 것은 배임(회사에 손실을 끼치는 행위)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돈이 뇌물인지는 대가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배임이나 뇌물 혐의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다.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