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도 주부·서울 서초구

5년 전 남편이 독일 주재원으로 발령받아 독일과 폴란드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초 귀국했다. 현지에서 독일어를 공부할 때 'Deutsch Perfekt'라는 학습용 잡지를 구독했었다. 독일뿐 아니라 전 유럽에서 발행되는 잡지로, 독일 이주민과 이주 희망자가 늘면서 구독자가 많다. 독일어 학원에서 내게 추천한 잡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2013년 4월호에 한국에 관한 기사가 실렸길래 반색을 하며 읽다가 깜짝 놀랐다. 기자가 서울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두 도시를 비교한 기사였다. 짧은 내용인데, 서울은 길에 침을 뱉어도 괜찮지만 독일은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고,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이 침을 뱉으면 기분 나쁘게 생각은 하겠지만 'ganz normal'이라는 것이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독일에서 바로 한국의 다산콜센터로 전화 걸어 우리나라의 경범죄 해당 조항들을 문의했고, 경찰청을 통해 시행법령과 벌금까지 상세하게 안내받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십만, 수 백만 독자가 있을지 모르는 그 잡지사에 아직 서툰 독일어로 강하게 반박의 글을 써서 보냈다. 1984년부터 길에 침을 뱉으면 벌금을 부과하니 한국에서도 엄연히 불법이란 것, 그리고 기사 내용 중 'ganz normal'을 직역하면 '아주 괜찮다'인데 한국도 일부가 지키지 않을 뿐이니 'normal'이란 표현은 심히 부적절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잡지나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정정 기사를 내라는 내용이었다. 이 요구는 3개월에 걸친 공방 끝에 인터넷에 게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5년 만에 돌아온 한국은 전보다도 많은 사람이 길에 침을 뱉고 있었다. 길을 걷는 나의 뒤통수에 대고, 오장육부라도 끌어올리려는 듯 온 힘을 다해 가래까지 탁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그때 투철하게 독일 잡지사와 싸웠던 나의 반박문이 좀 우습게 생각된다.

길에 침을 뱉는 사람이 전혀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그 행위가 'normal'이냐, 아니냐는 우리가 결정한다. 기본적 예의에 속하는 사안을 법으로까지 만든 것도 딱하고, 법만 있을 뿐 단속하지 않아선지 여전히 거침없이 내뱉는 사람들은 더 딱하다. 과거보다 엄청나게 높아진 교육과 경제 수준을 생각할 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