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인 내용, 무분별한 노출

'19금(禁) 웹툰'은 국내 웹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이다. 이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무관하지 않다. 소위 '야한' 만화는 과거 만화방이나 골방에서 몰래 봐야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개인화 기기'라는 특징 때문에 집이나 사무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도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으로 약 120편의 만화를 서비스하는 T사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65개가 모두 19금 만화였다. '○○은 발정기' '○○에 가득' 등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일본의 19금 만화도 그대로 제공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청소년은 이들 사이트에서 성인물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메일만 있으면 회원 가입이 되고,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만 넣으면 성인 인증이 되다 보니 부모나 형제 명의를 차용해 청소년들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포털에서 이 사이트를 검색하면 '성인 인증 아이디 구해요'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도 이 업체들이 유통시키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성인웹툰' 배너 청소년에게 무차별 노출]

['만화 韓流' 웹툰 시장에… 19禁 성인물 넘쳐난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의 웹툰이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10대 청소년에게도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네이버에서도 사람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전체 관람가' 웹툰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네이버 웹툰 이용자는 하루 800만 명으로, 그 중 하루 평균 약 200만 명의 10대 청소년이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7월 기준)

지난 2012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만화가협회에 웹툰의 자율규제를 맡겼지만, 만화가협회와 네이버는 창작의 자유를 내세우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지금까지 학교 폭력 조장과 잔인성 등으로 논란이 됐던 웹툰들은 대부분 등급조정과 같은 일회성 사후 조치로 끝나, 내용의 선정성·잔혹성 문제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살인 가르치고 장기매매… 막나가는 웹툰]

웹툰계 '시끌시끌'하게 하는 논쟁들

웹툰은 인기와 파급력이 센 만큼  이념 논쟁, 정치적 논란, 표절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르다보니 이를 규제하거나 정화할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 장치 등이 뒤따르지 못한데 따른 부작용이다.

"독자가 작가를 선택할 수 있듯, 작가도 독자를 가릴 수 있다." 일부 웹툰 작가의 독자 무시 발언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났다. 웹툰 업체 보이콧·집단 탈퇴 운동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단체 민원이 줄을 이었다.

논란은 남성 혐오로 이름난 인터넷커뮤니티 '메갈리아' 옹호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난 7월 19일 성우 김자연(28)씨가 이 커뮤니티 응원 게시글을 올렸다가 여론이 악화돼 최근 일감을 맡은 게임 회사 넥슨으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한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웹툰 작가 수십 명이 SNS를 통해 김씨와 메갈리아 지지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작가들은 독자를 향해 "그래서 만화 안 볼 거야?"(레진코믹스 김영조) "그 찌질이들 그래 봤자 매출 지장 거의 없다던데"(AA미디어 박달곰) 등의 글을 올렸고, 네티즌들은 "당장의 인기에 취해 독자를 개·돼지 취급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항의가 계속되자 웹툰 사이트 탑툰은 23일 "고객을 기만했다"며 달곰 작가의 웹툰 연재 중단 조치를 내렸다.

["독자 무시해?" 웹툰계 시끌시끌]

대표적인 사례는 서나래 작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만화 사건이다. 2009년 네이버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작가들의 릴레이 웹툰을 시도했다. 그런데 '낢'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서 작가가 추모 웹툰에서 느닷없이 자기 캐릭터 상품을 홍보했다. 따라서 여기에 독자들의 추모 반응보다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롱이나 비하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서 작가는 추모 버전으로 수정해 올렸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한 웹툰 때문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네이버 인기 웹툰 '복학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여대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기대하는 듯한 장면이 묘사돼 빈축을 샀다. 오바마 대통령을 패러디한 캐릭터 '바락 우바마'가 한국 여대생에게 이성적 관심을 갖는 듯한 묘사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결국 작가는 내용을 수정하고 문제된 장면을 삭제했다.

윤서인 작가는 2015년 3월, 웹툰 '조이라이드'에서 "왜 (최저)시급으로 굳이 빅맥버거를 먹으려고 하느냐"며 "(최저시급이 적어)정 먹고 싶으면 둘이 가서 단품을 나눠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해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는 마치 사치와 향락을 일삼다가 프랑스 혁명을 재촉한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국민들이 빵이 없어 굶주린다는 말을 듣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말해 프랑스 혁명 이후 사형에 처해진 인물이다.

표절 논란에는 네이버 웹툰에 '내 남자친구'를 연재하던 박미숙 작가의 예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된 의혹은 박 작가의 이 작품이 중국 탄지우 작가의 'SQ(그들의 이야기)', old先 작가의 '19天'의 그림체와 구성이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박 작가는 표절 사실을 인정해 사과문을 게재하고 연재를 중단했다. '내 남자친구'는 그동안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작품이어서 독자들은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드라마 '신의선물-14일'이 웹툰 '다시 봄'을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드라마에서는 납치된 딸을 잃은 주인공이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딸의 시신이 발견된 강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이 '다시 봄'을 표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BS측은 "'신의 선물' 작품은 드라마 작가가 2011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이미 등록한 것이며, 해당 웹툰은 2012년부터 연재됐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다"라면서 표절을 부인했다.

지난 2015년의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도 표절 시비가 일었다. 강경옥 웹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설희'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던 것. 강 작가는 제작사 등을 상대로 약 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결국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공룡 콘텐츠 사업이 된 웹툰. 많은 웹툰 작가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웹툰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나오면서 관련 사업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부작용들과 함께 작가의 자질 논란, 작품의 유해성과 검열에 대한 이슈, 수익구조의 문제 등 각종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규정할 제도가 필요하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영역인 만큼 적절한 제도와 건강한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