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내정자가 1993년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는 사실은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그를 경찰청장 후보로 내정한 직후 알려졌다. 음주운전 사고는 음주운전을 단속해야 할 경찰청장 후보에게는 결격 사유라고 할 수 있지만 23년 전 일이라서 크게 주목을 받진 않았다. 그러나 이 내정자가 사고 당시 경찰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19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새로 밝혀졌다. 이 내정자는 "사고 조사 과정에서 부끄러워 신분을 밝히지 못했고 그로 인해 징계 기록은 없다"고 했다.

당시 강원경찰청 상황실장(경감)이었던 그는 휴무일에 직원들과 점심에 술을 마신 뒤 중앙선을 넘어 승용차 두 대를 들이받은 것으로 돼 있다. 보험사 기록에 따르면 인명 피해는 없었고 피해 차량 두 대에 대한 보험금으로 712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돼 있다. 그는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공직자가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내면 징계를 받는다. 경찰이 그랬다면 더 무거운 징계 대상이다. 징계 기록이 남으면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피해자가 있었기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 자체를 덮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경찰 신분을 숨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피의자가 신분을 숨겨도 관계 기관에 자료 요청만 하면 신원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내정자의 경찰관 신분이 감춰진 데는 조사 담당 경찰관과의 공모(共謀)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신분까지 은폐한 사람이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할까.

이 내정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휘하는 민정수석실이 담당했다. 음주운전 사고 경력은 물론 징계를 안 받은 사실까지 하나하나 챙겨봤을 것이다. 그러고도 그를 경찰청장 후보로 내정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지금 민정수석실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