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기업 첫 직접 제재…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미국 재무부가 26일 중국의 랴오닝훙샹 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과 그룹 대표·직원 등 4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시켰다. 제재 대상 4명에 대한 미 법무부의 기소도 함께 이뤄졌다.

훙샹그룹은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관련 물자를 팔고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돈세탁을 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이 북핵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제재한 것은 처음이다. 강력하지만 중국 입장 때문에 실시를 미뤄왔던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제3국 기업 제재)'이 부분적으로나마 적용된 것이다. 앞으로 다른 중국 기업과 개인에게도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대북 제재의 구멍이 메워지지는 않는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 단체 32곳, 개인 28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지만 유령 회사를 만들거나 중개인을 고용하는 방법 등으로 북한이 불법 거래에 활용하는 기업·선박·개인은 훨씬 광범위하다고 한다. 더구나 유엔 제재는 민생 목적의 석탄·철·철광 수출은 허용하고 원유(原油)는 금수(禁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때문에 북·중 교역은 오히려 더 늘었다. 이 큰 구멍을 막지 않는 한 김정은은 결정적 압박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랴오닝훙샹 그룹 사건으로 중국에서 북이 얼마나 활개를 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 그룹의 노골적인 대북 거래를 중국 정부가 몰랐을 리가 없다. 그래도 방치하다가 미국이 증거를 제시하자 움직였다. 중국 정부가 이 그룹에 대한 제재에 협조하는 것에는 자국의 국내정치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북핵 폐기보다 북한 정권 안정이 중요하다'는 중국의 원칙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핵을 없애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