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와 K스포츠재단을 해산·통합하겠다고 전경련이 발표한 30일, 미르재단이 입주한 서울 강남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파쇄 문서가 담긴 대용량 쓰레기봉투가 발견됐다. 빌딩 관계자는 "미르 재단 관계자가 내다버린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두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기업에서도 관련 서류를 없앴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기업 관계자는 "9월 28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재단 설립 관련 자료는 모두 없애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인쇄물은 문서 파쇄기에 넣고 이메일은 삭제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두 재단의 주인이 사실상 청와대라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는 그동안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해왔다. 아무 상관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청와대 수석이 전경련에 연락했다는 증언,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이 오랜 최순실씨가 이사진 선임을 주도한 정황들이 연이어 나왔다. 그러자 갑자기 두 재단을 해산·통합한다면서 관련 서류를 없애고 있다. 검찰 수사에 앞서 증거를 없애는 중이란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되지 왜 이렇게 무리한 일들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검찰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 간 '서울 강남 땅 거래' 의혹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할 뜻임을 슬쩍 흘렸다. 욕먹을 일에 대해 미리 김을 빼는 것 같다.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검찰이 이렇게 단정적으로 결과를 미리 흘리는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땅 거래 당사자인 우 수석 장모와 전 넥슨 코리아 사장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이 미리 무혐의 결론을 내놓고 수사하는 것은 아닌가.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