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세번째 불러도… 증인 홍기택 실종사건]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이 오는 18일 금융위 국감 때 증인으로 재지정됐다. 홍 전 회장은 지난달 산은 국감과 기재위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에서 사실상 경질된 이후 해외를 떠돌고 있다.

홍 전 회장은 3년간 산은 회장으로 재임하며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산은 실적이 동반 악화될 것을 우려해 분식을 묵인했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지난해 10월 일명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에 4조여원의 산은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의 회장 재임 때다.

게다가 그는 한국 정부가 4조3000억원을 부담하고 확보한 AIIB 부총재 자리를 날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AIIB 부총재로 근무하면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우조선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거나, 휴직계를 내고 잠적한 뒤 AIIB 총회에 불참하는 등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물의를 빚었다.

홍 전 회장은 애초에 부적격인 사람이었다. 처음 산은 회장에 임명됐을 때도 금융계가 어리둥절해했다. 그는 결국 대우조선 사태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청와대 수석이 홍 전 회장에게 "당신이 산은 회장으로 지명됐지만 거절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홍 전 회장은 "대통령 뜻이라면 가야겠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국민은 이렇게 국익에 막대한 해를 끼친 사람이 어떤 경로로 산은 회장이 됐으며 중요한 국제기구의 부총재로 추천됐는지 알 권리가 있고,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 이하 정부는 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행적이 묘연하다. 국회가 경찰청과 출입국사무소에 그의 소재 파악을 요청했으나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검찰도 홍 전 회장을 조사할 단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재 파악을 미루고 있다. 홍 전 회장의 행방에 대해 관계 당국 어느 누구도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외교 루트를 통해 어느 나라에 체류하는지 정도는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이 수사 속도를 내 홍 전 회장 체류국 정부와 사법 공조를 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정부가 손 놓고 있다가는 홍 전 회장을 못 찾는 게 아니라 안 찾는 것이란 의심을 받는다. 홍 전 회장 문제도 덮고 뭉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