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이란?]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향응 접대나 부정 청탁은 줄고 '더치페이' 문화도 퍼져가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만큼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한다. 호텔 등 일부 특급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에게 1인당 10만원을 훌쩍 넘는 식사를 여전히 제공하고 있다. 이 부분이 부정청탁금지법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일각에선 '평소엔 접대가 어려우니 결혼식에서라도 최대한 대접하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정청탁금지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일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경조사비 축의금 상한선을 10만원으로 정했다. 그랬더니 평소엔 5만원 안팎을 봉투에 넣던 사람들까지 부담을 느끼고 무리해서 10만원을 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부가 '10만원 한도'라고 정해놓자 10만원이 '표준 금액'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행동강령의 경조사비 한도는 5만원이다. 경조사비 인플레가 굳어지면서 샐러리맨이나 일반 서민들에게 축의금이나 부의금이 상당한 부담이 돼 있다. 우리 경조사비 풍속은 원래 이런 취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정부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령을 만들면서 다른 것은 엄격하게 하면서도 경조사비는 오히려 기준을 올려 서민들 부담을 더 키웠다.

본지는 2012년부터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펼쳤다. 많은 사람이 동참했다. 축의금을 받지 않고 예식을 간소화하는 분위기도 상당히 퍼졌다. 일부 기업은 '협력 회사에서 경조사비 받지 않기' '축의금 5만원 이상 받지 않기' 등의 윤리 규범도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작은 결혼식 문화가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축의금 10만원'이 기준이 되면서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이 얼마 안 됐지만 시민들 의견을 폭넓게 물어 경조사비 기준은 하향하는 문제를 검토해봐야 한다. 정부가 출범시킨 태스크포스에서 '경조사비 5만원'을 논의해 결정한다면 서민 가계 부담을 줄이고 작은 결혼식 분위기 확산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