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OT US.'

프로야구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 2승을 먼저 거두고 한국시리즈 1승만을 남긴 NC 다이노스의 수훈 선수들은 'WHY NOT US'라고 새겨진 검은 티셔츠를 입고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 21일 1차전에서 9회 끝내기 안타로 팀의 3대2 역전승 주역이 된 용덕한, 22일 2차전에서 7회 2점 홈런으로 2대0 승리를 이끈 박석민이 모두 이 티셔츠를 입었다.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왜 안 돼" "우리는 할 수 있어"로 해석된다.

이 'WHY NOT US' 티셔츠의 기원은 2004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커트 실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레드삭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 첫 세 판을 내리 진 다음 4연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올라 '밤비노(베이브 루스)의 저주'를 풀고 정상에 올랐다.

21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MVP인 NC 다이노스 포수 용덕한(왼쪽)의 티셔츠엔 ‘WHY NOT US’가 새겨져 있다. 이는 커트 실링(오른쪽)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던 2004년 포스트시즌에서 징크스에 시달리며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동료의 투혼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티셔츠에 새겨넣은 문구로, 이후 패배 의식에서 벗어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 명문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그때 레드삭스의 투혼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 바로 커트 실링이었다. 실링은 양키스와의 6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으로 팀의 4대2 승리를 이끌었다. 오른쪽 발목 힘줄 고정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돼 마운드에 오른 그가 혼신의 역투를 거듭하면서 실밥이 터져 양말에 피가 배어 나왔다. 실링은 6차전 후 기자회견장에 'WHY NOT US'라고 새겨진 셔츠를 입고 나왔다. '저주'와 패배 의식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최면이었다.

NC도 창단 역사는 짧지만 여러 징크스를 갖고 올해 세 번째 가을야구를 맞이했다. 자신의 9번째 가을야구를 치르는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로 평생 운을 다 썼다는 '애국자의 저주' 꼬리표가 달려 있다. 최근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첫 경기 패배에 이은 시리즈 탈락 징크스를 맛본 NC는 올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주축 선수들의 승부 조작 혐의와 음주 운전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NC의 'WHY NOT US' 티셔츠는 여러 악재를 딛고 우승 한번 해보자는 구단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NC 구단 측은 "패배 의식 속에 우리 스스로 갇혀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자성의 목소리와 거침없는 도전의 목소리를 함께 담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수인 에릭 해커는 "아주 짧지만 의미가 분명하다"고 했고, 용덕한은 "한번 해보자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2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 선발투수는 장현식(NC)과 류제국(LG)이다. 장현식은 LG 상대 평균자책점이 1.69, 류제국은 NC 상대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