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지지율 10.4%…수도권은 한자릿수까지 추락]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與野) 3당 원내대표가 31일 최순실 파문 정국의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했으나 거국 중립내각 문제로 10분 만에 끝났다. 거국 중립내각은 야권의 주요 인사들이 먼저 요구한 것이다. 그것을 여당이 수용했다. 그러면 실천 단계로 들어가야 하는데 거꾸로 멈춰 섰다. 야당이 말을 바꾸기 시작한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거국 내각만이 표류하는 국정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최후의 방안"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여야가 합의한 총리가 국정을 수습해가야 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도 비슷했다. 그런데 정작 새누리당이 수용하자 야당은 어버이연합 청문회, 세월호 진상 규명, 특별법에 의한 최순실 특검 등을 조건으로 걸면서 '합의해 주면 거국 중립내각을 한번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 즉각 퇴임을 조건으로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야당의 태도를 보면 처음부터 거국 내각 수립이 목적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여당이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주장했는데 막상 수용하자 당황한 것 아닌가. 문 전 대표도 "대통령은 국회에 총리 추천을 요청하고 새 내각이 구성되면 국정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 해법"이라고 얘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야당이 거국 내각에 참여하면 어차피 그 방향으로 간다. 대신 시간이 걸리거나 장애물이 많은 길로 가자는 것이다. 하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야권에서는 거국 내각보다는 진상 규명이 먼저라고도 한다. 진상 규명과 국정 수습은 선후(先後)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갈 수밖에 없는 문제다. 어차피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까지 예정돼 있다. 특검이 끝날 때까지 몇 달간 이 혼란을 방치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야당의 계산은 알기 어렵지 않다. 야당도 참여하는 거국 내각이 전면에 나서면 일단 혼돈 정국이 전환된다. 그걸 원치 않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거국 내각이면 야당도 국정 책임을 나눠 져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이 어려운 시국을 책임지고 헤쳐가는 데 발을 담그기 싫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혼돈을 즐기면 된다는 게 속마음인 것 같다.

두말할 것 없이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이들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미 시작됐다. 야당이 집권할 생각이 없다면 그냥 구경하면서 규탄만 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국정 책임감과 능력을 입증해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말 집권해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장차 권력 잡고 휘두를 기회만 기다리는 것인가. 지금 야당은 위기관리와 수권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