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일부도 "이정현 물러나라"... 새누리 내부 균열 조짐]

새누리당 의원 40여 명이 31일 이정현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 전환을 요구했다. 같은 내용의 연판장에는 더 많은 의원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다. 이 대표가 즉각 사퇴를 거부하자 대변인·여의도연구원장 같은 주요 당직자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다. 새누리당이 국민으로부터 거부당하기 직전인데 친박 지도부가 그냥 자리를 지키겠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가.

지금의 이 상황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 못지않게 새누리당 친박의 책임이 크다. 친박이 지금까지 해온 것은 정치가 아니었다. 특정인을 위한 경호대였고, 그로 인한 과실을 독점하는 집단이었다. 대통령 의중이라면 옳은지 그른지 따져보지도 않고 편 가르고 '배신자'로 몰았다. 총선을 망친 대가로 얻은 당권을 휘둘러 미르·K재단 진상 규명을 가로막았다. 매사 국민과 맞서기만 했다. 여당 지지자들조차 '해도 너무한다'고 할 정도였다. 우리 정치에 늘 계파가 있었지만 이렇게 특이한 집단은 없었다. 결국은 파국을 맞고야 말았다.

박 대통령과 친박의 행태에 대해선 수많은 우려, 지적, 경고가 있었다.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고 독주했다. 결국 보수층 전체가 분열했다. 그 결과가 지난 총선의 참패이고 지금의 지리멸렬이다. 대통령이 식물 상태로 전락하고 국정이 마비됐으면 청와대보다 먼저 새누리당의 친박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 지도부가 새로운 정치 활로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도 하지 않고 있다. 무슨 수가 있다고 이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부 허망한 잔꾀일 뿐이다.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같은 여권의 원로들은 대통령의 완전한 2선 후퇴를 요구했다. 2선 후퇴라면 국내 정치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보수 정당은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안보를 지키고 경제를 이만큼 키워왔다. 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첫 단추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친박 지도부가 사퇴하는 것이다. 비박(非朴)은 세력화돼 있지 않지만 그들 역시 집단화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