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박대통령 주변에 '좀비' 같은 사람들 많아]

최순실씨가 31일 검찰에 출석했다. 최씨는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했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도 했다. 어지러운 출두 현장은 마치 이 나라가 처한 현실 같았다. 최씨 혐의는 대통령을 등에 업고 청와대 참모들을 움직여서 기업들에서 돈을 뜯어내고, 정부 예산을 멋대로 주무르고, 국가 기밀 유출에 가담하고, 권한 없이 정부 인사에 개입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 드러난 것만으로도 최씨는 기소를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최씨 국정 농락의 전모가 드러나겠느냐는 것이다. 검찰이 늑장을 부린 탓에 K스포츠 재단 컴퓨터는 모두 새것으로 교체됐고 최씨 소유 회사 이메일 계정도 폐쇄됐다고 한다. 청와대 압수 수색도 이상하게 진행됐다. 안종범 전 수석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특검 수사로 간다. 그래도 국민 신뢰를 잃은 검찰에 어느 정도의 시간은 있다. 검찰은 최씨 사건 수사팀 검사를 20명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이 수사로 이런 검찰이 필요한지 아니면 없어지고 국가 수사기관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지가 결정될 것이다.

최씨 일족(一族)과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은 40년이나 이어졌다. 1970년대 후반 최씨 아버지 최태민씨가 박 대통령을 내세운 새마음재단을 만들어 재벌들 돈을 받았다. 40년 뒤에 이번엔 그 딸이 똑같은 수법으로 재벌들 돈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비극이고 나라와 국민의 비극이다. 최씨 일족의 국가 규모 범죄는 과거나 지금이나 박 대통령 때문에 가능했다.

최씨가 검찰에 출두했지만 국민 누구도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헌법의 '현직 대통령 불소추' 조항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지만 지금은 법 해석을 따질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자청해서 국민 앞에 나와야 한다. 최씨 일가와의 관계와 그들의 국정 개입 전체를 낱낱이 설명해야 한다. 이 충격적 사건은 검찰 조사를 통한 진술이건, 스스로 나서서 하는 설명이건 대통령으로부터 솔직한 고백을 듣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문제는 최순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