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앞둔 박 대통령의 선택은?]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이 3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 소추(訴追)를 의결하면 즉각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되면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4일 여당 비박계가 탄핵 표결을 결의해 야당 탄핵안은 사실상 국회안이 됐다.

탄핵 소추안은 검찰이 최순실·안종범·정호성씨 등에 대한 공소장에서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한 직권남용, 강요,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 위반'과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배반한 헌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기업들에서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고 최씨 소유 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것을 형법상 뇌물죄 위반으로 지적했다. 또 2014년 11월 대통령 주변의 국정 농단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청와대가 압력을 가해 사장을 물러나게 한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탄핵 소추안은 "이미 박 대통령이 국민 신임을 잃어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며 주요 국가 정책에 대해 국민 동의와 지지를 구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주말마다 시민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퇴진을 외친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 마비 사태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에서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저의 잘못"이라면서도 "국가를 위한 공적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의 탄핵 소추안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이자 국민 대부분이 갖고 있는 확신과 동떨어진 입장이다. 많은 국민은 최씨 국정 농락을 방조·비호한 박 대통령이 대통령 자격을 잃었다고 보고 있다. 어느 쪽이 옳은지 법으로 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 국민과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 국가 운명을 개척해나가도 모자랄 이 시기에 대통령 파면이 논의되게 됐다는 것 자체가 통탄할 일이다. 박 대통령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