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2일 전체 재판관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서가 적시한 헌법·법률 위반 사유 13건을 모두 심리하겠다고 밝혔다. '선별적 심리'는 법리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13일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의 존재 이유를 모르는 반(反)국민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야 3당 대표 회동에서 "헌재가 조속한 판단을 내리도록 야권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의 헌재 압박은 9일 박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직후부터 시작됐다. "1월 안에 판단해야 한다"며 구체적 시한을 제시하기도 했다. 헌재는 국정 공백 장기화를 막기 위해 최대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헌재도 빨리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연말연시 모든 행사와 일정도 취소했고 탄핵심판 재판 준비와 진행에 사실상 헌법연구관 전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신속하게 탄핵심판 절차를 진행하더라도 법률을 벗어날 수는 없다.

촛불 바람을 타고 있다고 생각하는 야권은 이 대원칙을 무시하려고 한다. 국민의당 김 비대위원장은 "헌재에 경고한다. 조속하게 결론을 내려주시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런 협박을 받은 것은 처음일 것이다. 재판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을 무시하는 반(反)헌법적 발언이다. 국회가 되지도 않는 내용까지 끼워넣어 13가지 사유로 탄핵소추해놓고 정작 심리가 시작되자 '전부 말고 몇 가지만 심리하라'는 것은 자기모순이기도 하다. 탄핵 심판은 형사재판 절차를 준용하도록 돼 있다. 헌재는 검찰 기소에도 없는 '세월호 7시간'까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 결정이 논란을 남기지 않으려면 어떤 절차적 흠결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의도적 재판 지연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 측에도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 법리 논란의 여지도 없애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모두가 차분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주말 촛불시위대와 친박 단체가 각각 헌법재판소 근처로 몰려들 것이라고 한다. 양측 모두 자중(自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