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상권인 중구 명동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인 '명동 씨네 라이브러리(Cine Library)'가 있다. 영화 상영관을 리모델링한 이곳에선 스크린이 아닌 책으로 영화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다.

영화 시나리오·콘티 등도 있어

이 도서관은 중구 충무로 2가 65-9번지 건물 10층에 있다. CGV는 작년 5월 10층에 있던 상영관 3개 중 가장 큰 곳(182석·231㎡)을 영화 도서관으로 바꿨다. 기존 영화 스크린을 걷어내고 작은 스크린을 새로 설치했으며, 그 앞에 무대를 만들어 각종 영화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게 했다. 계단식인 상영관 좌석 구조는 살렸다. 한 번에 최대 10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다. 올 들어 4만7208명이 이용했다(지난 12일 기준).

명동 씨네 라이브러리는 국내 최초 영화 전문 도서관이다. 이곳은 영화 관람이나 영화계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전문 서적을 비치하고 있으며, 강연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현장에서 도서 열람은 가능하지만 대출이나 구매는 할 수 없다.

씨네 라이브러리에는 1만600여권의 영화 관련 서적이 있다. 영화 이론 등 전문 서적 2951권과 각종 영화 잡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 가운데 30년 전 부터 나온 국내외 영화 시나리오 375권, 국내외 영화 제작에 실제 쓰였던 콘티북(대본을 묶은 책) 및 아트북(영화에 쓰일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책)이 234권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원작 소설을 비롯한 각종 문학 서적도 5565권이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미국 '마블(MARVEL)'사의 만화 336권을 찾아 보는 재미도 있다. 각종 영웅 캐릭터들이 나오는 이 만화들은 영화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인 자서전·추천 도서 눈길

씨네 라이브러리엔 배우 김혜수·하정우씨, 봉준호 감독 등 영화인 100명이 추천한 도서 200여권과 박찬욱 감독이 추천한 '내 인생의 책' 등도 전시돼 있다. CGV 관계자는 "선배 영화인들에게 영감을 줬던 책들을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도 읽어볼 수 있게 전시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이곳을 찾은 이은복(21·경기 동두천시)씨는 임권택 감독의 자서전을 읽고 있었다. 영화 산업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씨는 "유명 영화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공부하면서, 앞으로 내 꿈을 어떻게 이뤄낼지 고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영화도 보고 공부도 하고

영화 도서관과 같은 층에 있는 상영관 2곳은 '아트하우스'다. 각각 112석, 118석 규모인 이 상영관들은 저예산 독립영화를 상영한다. CGV는 작년 5월부터 명동 아트하우스에서 개봉한 독립영화 감독과 배우, 평론가와 관객이 대화를 나누는 '라이브러리 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전문 기자, 영화 평론가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도서관 운영 시간(화~일 정오~오후 9시) 이후에 열린다. 11층은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다.

CGV 명동역점과 근처 CGV 명동점에서 영화를 보고 입장권(관람일 기준 15일 이내)을 가지고 가면 씨네 라이브러리를 이용할 수 있다. 영화관 카페에서 산 커피, 음료 등은 도서관 내에 들고 갈 수 있다. 책 대여는 할 수 없다. 도서관에 사람이 붐빌 때는 이용 시간이 2시간으로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