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2017년이 밝았다. 하지만 새해의 희망보다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올해는 '초불확실성 시대'라고 하는데, 미래를 대비하기보다는 과거의 잘못을 심판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탄핵 정국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임에도 특별히 새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과거를 뒤로하고 새 출발의 기회로 삼고자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노력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 생각해 보자.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뭘까? 운명처럼 주어진 게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한반도의 신냉전은 격화될 전망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운명을 결정하는 두 요인은 때와 장소다. 둘 가운데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는 불변의 상수이지만 때는 끊임없이 변한다. 행운이란 기회로 주어진 때를 잡는 것이다. 때를 잡는 주체는 사람이다. 결국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주역은 한국인이다. 과거 김춘추가 신라의 위기를 삼국통일의 기회로 전환했듯 미국·중국·일본·북한의 사면초가에 직면한 한국의 생존위기를 한반도 통일의 적기(適期)로 활용하는 지도자를 이번 대선에서 뽑아야 한다.

문제는 사람이라면, 가장 큰 걱정은 한국인이 사라지고 늙어간다는 점이다. 현재 5101만 명인 한국 인구가 2100년엔 2947만 명으로 반 토막 난다고 한다. 이에 비해 영국과 프랑스는 인구정책에 성공해서 8000만 명대로 증가할 거라 한다. 앞으로는 인구가 많은 나라가 강대국이면서 선진국으로 등극한다. 인구수보다 중요한 게 인구의 질인데, 한국은 2060년엔 노인 비율 41%로 세계 1위가 된다. 인구는 급속히 줄고 설상가상으로 생산인구 비율 최저인 노인 대국 한국의 미래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앨빈 토플러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이념보다도 중요한 게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다. 보수(保守)의 보수(補修)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가칭 '개혁보수신당'이란 모순적 이름의 정당도 출현했다. 하지만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고는 때를 잡을 수 없다. 진정으로 정치권이 미래에 대한 상상력으로 새해 새 출발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