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위증(僞證) 사범을 등급으로 매기면 몇 손가락 안에 들 사람이 건설업자 한만호씨다. 그는 한명숙 전 총리에게 9억원 줬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2010년 한 전 총리 1심 공판에 나와서는 "지어낸 얘기"라고 뒤집었다. 그러고는 돈 받은 사람으로 엉뚱한 이들을 지목했다. 그중 한 명과 법정에서 대질신문이 벌어졌다. 그 사람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왜 나한테 돈을 줬다고 하느냐"고 묻자 한씨는 "내가 기억하는데, 웃긴 왜 웃느냐"고 했다. 두 사람은 멱살잡이 일보직전까지 갔다. 결국 한씨 거짓말로 판명됐다.

▶한씨 위증으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년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법원은 지난달 항소심에서 그에게 위증죄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위증으로는 이례적 중형이다. 그가 뻔한 거짓말을 한 것은 위증 처벌이 관대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1688명인데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80% 안팎이다. 위증죄 법정형은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인데 이렇게 처벌이 무르다 보니 겁내는 사람이 없다.

▶국회에서 한 위증도 마찬가지다. 국회 위증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으로 법정(法廷) 위증죄보다 처벌이 무겁지만 실제 처벌되는 경우는 드물다. 국회 고발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보니 여야가 의견 차를 보이면 고발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 지난 19대 국회 때 위증 혐의 고발이 8건에 불과했던 건 그 때문이다. 그나마 대부분 '혐의 없음' 처분으로 끝났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에서 벌어진 위증 처벌은 좀 다를 듯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회에 위증 고발을 적극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상 '무기'로 활용하려는 목적에서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문회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이를 인정했다. 특검은 직권 남용 혐의에다 위증을 추가해 그를 구속했다. 입증이 어려운 직권 남용 혐의에 딱 떨어지는 위증을 엮어 구속한 것이다.

▶특검은 앞으로도 이 카드를 활용할 듯하다. 특검 요청으로 벌써 5명이 위증으로 고발됐다. 청문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본 적도 없다"고 했던 조윤선 문체부 장관도 포함됐다. 실제 위증인지 아닌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가 거짓 증언에 대한 경종이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은 위증을 중죄(重罪)로 다룬다. 국회에서 위증하면 대부분 구속 수사한다. 거짓말에는 대가가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