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양정훈(27)·정하영(25)씨 부부는 최근 결혼하면서 뉴욕의 아담한 갤러리를 빌려 결혼식장으로 꾸몄다. 테이블 장식과 꽃 장식을 직접 했고, 벽에 스티커를 붙이고 카펫을 깔아 하객들과 사진 찍는 '포토존'도 만들었다. 부부는 "돈을 아껴보려고 시도한 일이었지만 대단한 성취를 해낸 기분"이라며 "모든 게 완벽하게 준비되고 갖춰진 조건에서 식을 올리는 것보다 힘들지만 우리만의 잊지 못할 추억이 쌓였다"고 했다.

유학생 부부 양정훈·정하영씨는 미국 뉴욕의 아담한 갤러리를 빌려 결혼식장을 직접 꾸몄다. 필요한 물품을 일일이 구입해 천장과 기둥을 꽃과 전구 등으로 장식하고 테이블 세팅도 직접 했다. 이렇게 신랑 신부가 결혼식을 손수 준비하는‘DIY 웨딩’이 한국에서도 늘고 있다.

6개월 전 대구의 한 연수원에서 결혼한 송유진(32)씨는 레이스와 진주를 손바느질로 일일이 달아 드레스를 만들었다. 피로연에 쓰는 테이블보와 양초 장식은 물론 답례품으로 향초도 제작했다. 요리를 전공한 남편은 전날부터 바비큐와 카나페 등 음식을 직접 장만해 하객 80여명을 대접했다. 1년 전부터 결혼식을 준비했다는 부부는 "멀리서 우리를 축하해 주러 오신 손님들께 특별하면서도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은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결혼식 준비를 일일이 해내는 신랑 신부가 늘고 있다. 단순히 결혼식 규모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취향과 개성을 결혼식에 담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듬뿍 투자한다. 전문 웨딩 플래너 도움 없이 신랑 신부 스스로 준비하는 '셀프 웨딩'을 넘어 뭐든지 손으로 만들어내는 'DIY 웨딩'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뜻깊고 실속 있는 결혼식을 치르려는 움직임은 2013년 제주도 별장에서 결혼한 가수 이상순·이효리, 2015년 강원도 정선에서 식을 올린 배우 원빈·이나영 등 연예인들의 소박한 결혼식을 계기로 더욱 확대됐다. 고가의 스튜디오 촬영 대신 공원에서 웨딩 사진을 찍고, 값비싼 드레스를 빌리는 대신 흰색 원피스를 직접 디자인하거나 수선해 입는다. 결혼식 준비의 3대 요소로 불리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 이뿐만 아니라 호텔이나 전문 예식장 대신 관공서·음식점을 빌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장식하기도 한다. 신랑 신부가 결혼 준비 과정을 일일이 챙기고 수작업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보통 1년쯤 걸린다.

지난달 결혼한 전찬진·이예슬 부부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로 디자인한 청첩장.

["허례허식 NO"... 간소한 결혼식 '스몰 웨딩' 바람 분다]

청첩장도 직접 만드는 커플이 많다. 신랑 신부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 출력하거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자신들 아이디어를 세세하게 설명한다. 일러스트레이터 김한나(30)씨는 "결혼에 이르기까지 자신들만의 연애 이야기를 그림과 문구로 청첩장에 표현하려는 신랑 신부가 작년부터 크게 늘었다"며 "'예전에 봤던 누구네 청첩장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니 만족해한다"고 전했다. 결혼식 날 사용하는 식권도 직접 글씨를 쓰고 귀여운 캐릭터 도장을 찍어 제작한다.

신부가 손에 드는 부케와 예식장 꽃 장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수업도 인기를 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결혼식이 많은 가을철 셀프 웨딩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 특히 부케 등 꽃 관련 용품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54%나 증가했다. 웨딩 컨설팅업체 라씨엘의 김지연 대표는 "경기 불황을 계기로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결혼식을 가족적이고 감성적인 축제로 만들려는 신랑 신부가 늘고 있다"며 "예전에는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을 최대한 화려하게 치르자'는 분위기였던 반면, 요즘은 '결혼식은 평생 한 번뿐이니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만들어보겠다'는 생각들이 강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