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드 이간지계'에 말려든 제1야당]

송영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4일 오후 6시 30분(현지 시각)부터 50분 동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을 했다.

중국 외교부 감람청에서 미소로 이들을 맞은 왕 부장은 "인사를 나누다 보니 중국 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어 오래된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다"고 했다.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던 그는 송 의원이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웃기도 했다. 지난해 7월 라오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때 화난 표정을 지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쌀쌀하게 대하던 모습과는 달랐다. 방중단은 왕이 부장에 앞서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도 면담했다.

면담 뒤 방중단 관계자는 "우리는 한한령(限韓令·한류 스타나 한국 드라마·영화 등을 겨냥한 제한령),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 삼성·LG 배터리에 대한 불이익 등은 국민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사드 배치) 가속화 프로세스란 말이 (한국 쪽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배치가 늦춰지면 갈등 국면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 측은 '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북핵을 의미)을 우리가 책임져야 하느냐'며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사드를 반대하고 용납 못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가 한·중 25주년에 완전히 새롭게 중국 안보를 저해하는데, '중국은 (한국의)안보를 저해하거나 직접 위해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러느냐'는 중국의 국민감정도 이해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방중단의 사드 보복 중단 요구에 쿵쉬안유 부장조리는 "중국 국민들의 감정을 무시하는 정책을 쓸 수 없다"며 "중국 국민들이 제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류와 관련된 중국의 제재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 측은 '한·중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하자'는 말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면담 후 민주당 의원들은 쿵쉬안유 부장조리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단은 6일까지 2박3일간 중국 상무부와 당 중앙 대외연락부, 전인대(국회 격) 관계자 등 중국 당·정 및 의회 고위 인사들을 차례로 만날 계획이다.

이번 중국 방문을 주도한 4선의 송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패한 후 중국 칭화대와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1년간 유학했다. '박정어학원' 설립자인 초선의 박정 의원은 2007년 중국 국립우한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객좌교수를 지냈다. 재선의 유은혜 의원은 '김근태계' 출신이고, 초선의 정재호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안희정계'다. 역시 초선의 신동근 의원은 운동권 경력의 치과의사이고, 박찬대·유동수 의원은 회계사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