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8일 당장 대선(大選) 경선 룰 준비를 시작하고 설(28일) 연휴 전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대선 시기는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결론이 언제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지만 민주당은 선거 준비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제 다른 당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여러 면에서 이번 대선은 정상적으로 치러지기 쉽지 않다. 그래도 국민들은 선거가 법에 따라 차질 없이 치러지고 제대로 다음 정부가 출범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바람에 반(反)하는 현상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좌우를 막론하고 사생결단식 대결 심리가 팽배해 있다. 과거 대선도 감정 대립이 심했지만 이번처럼 적대감을 실력 행사로 표출하는 가운데 치러지는 선거는 드물다. 이에 편승하는 차원을 넘어 부추기는 정치인까지 있다. 선거가 순조롭게 진행되겠느냐는 불안감과 이렇게 해서 출범한 새 정부가 안착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7일 SNS를 통해 "지난 대선은 3·15 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라며 개표(開票)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중앙선관위가 "반민주적 행위"라고 개탄했지만 이 시장은 다른 글에서 "세월호 참사는 제2의 광주 학살"이라 했다. 선거에 나선 정치인은 자극적인 주장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해도 이 주장들은 너무한다. 문제는 이런 궤변과 선동이 먹히는 정치 상황이다. 우리 편이면 다 옳고 상대는 무조건 악(惡)이라는 패거리 의식이 만연한 탓이다. 친문(親文) 세력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의원들에게 '매국노' '기회주의자 ××' 같은 욕설·막말 문자와 '18원 후원금'으로 사이버 테러를 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헌재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주말마다 찬반 양측이 서울 여기저기서 실력 대결을 벌이고 있다. 헌재 앞 시위에 이어 특검 사무실 앞에서도 대형 스피커를 동원한 시위가 벌어졌다. 8일 경북 구미시청에서는 친박 수백 명이 문 전 대표 차량을 25분간 가로막고 '빨갱이' '간첩 잡아라'고 외쳤다. 7일 광화문 촛불 집회에서는 통일 운동 단체의 회원이라는 60대 승려가 '박근혜 체포'를 주장하며 분신(焚身)했다. 결코 '돌발 행동'들이 아니다. 앞으로 더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대선판은 휘발유가 엎질러져 있는 것과 같다. 기세등등한 친문 세력과 울분에 찬 친박(親朴) 세력 간 대립은 내전(內戰)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골이 깊다. 중간 세력은 사분오열돼 있다. 잘못하면 이번 대선은 두고두고 상처가 되는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정치인들이 먼저 자중(自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