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시이로(2·가운데)를 윤태진(오른쪽) 소아심장외과 교수가 진찰하고 있다. 어머니 신시아(45·왼쪽)는 “절박해서 SNS에 올렸는데 한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 기적 같다”고 했다.

'Please help my baby(제발 제 아이를 도와주세요).'

서울아산병원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계정으로 지난해 11월 22일 이런 메시지 한 줄이 도착했다. 발신인은 필리핀에 사는 바우티스타 곤자가 신시아(45)라는 여성이었다. 홍보성 스팸 메시지들 사이에서 이 글을 발견한 아산병원 정혜원(35) 과장은 '엄마의 절박함'을 직감했다. 정씨는 바로 "정확히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고 싶습니다. 꼭 답장을 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날 신시아가 보내온 사연은 이랬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들에게 선천성 심장 질환이 발견됐어요. 가난하기 때문에 수술 받을 희망이 없습니다. 나는 아들을 죽게 둘 수 없어요.'

필리핀 마리키나의 빈민촌에 사는 신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남편이 보내오는 생활비로 여섯 자녀를 키우고 있다. 그중 막내로 이제 막 돌이 지난 시이로가 선천성 심장 기형인 '팔로4징' 진단을 받은 것이다. 제때 수술 받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며 10세 이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소아 심장 수술은 난이도가 높고 비용도 엄청나다. 신시아는 "절망한 채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한국의 서울아산병원이 제3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의료 봉사를 하는 걸 알게 됐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이 '조난신호(SOS)'를 전달받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병원 측은 현지에 있는 구호단체 기아대책 직원을 통해 모자(母子)를 면담했고 이들이 한국에 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항공료·수술비·체류비 등 450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모자는 지난 12일 한국에 입국했고 시이로는 지난 17일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신시아는 "SNS 메시지로 먼 나라 한국과 연결돼 아이가 치료를 받게 됐다"며 "도움 요청을 뿌리치지 않은 한국인들이 우리 가정에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