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제시한 대통령 탄핵 사유에 대한 의견서를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 냈다. 대통령이 대리인단의 답변서 형식이 아니라 본인 명의 입장을 헌재에 낸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의견서에서 일부 기초적 사실관계는 인정했지만 예상대로 공무상 기밀 누설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 등에 대해선 부인했다.

박 대통령 탄핵 사유 중 핵심은 대통령이 대기업들로부터 걷은 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왜 공공기관이 아니라 깜냥이 될 수 없는 사인(私人) 최순실씨에게 맡겼느냐는 것이다. 대통령은 답변서에서 기업들이 문화·체육 진흥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냈을 뿐 자신은 재단 설립에 관여하지 않았고 최순실씨에게 재단 운영을 부탁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나온 증거나 증언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재단 모금에 관여한 안종범 전 수석은 헌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임원 명단을 박 대통령이 불러줬다"고 했다. 그 명단은 최씨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 명단에 있었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최씨의 단골 스포츠마사지센터 운영자였다. 미르재단 이사장은 최씨 측근인 차은택씨의 은사였다. 최씨는 두 재단 명칭과 사무실 위치까지 지정했다. 774억원 두 재단과 관련해 '최순실→박 대통령→안종범 전 수석'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사실(事實)로 다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부인할 단계가 지났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문화와 스포츠 융성을 위해 재단을 설립한 것은 납득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최씨 일당에게 맡겼느냐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박 대통령 탄핵 여부도 이 핵심 문제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