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잘나서 못난 남성과 결혼을 미루고 있으므로, 여성들에게 음모 수준으로 불이익을 가해 결혼을 촉진시켜야 한다". 다소 거칠지만 한 논문이 주장한 내용은 이렇다. 한마디로, '여성'이라는 인격체를 '출산 도구화'한 논문이 큰 파장을 가져왔다.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봤다.

1. 지난 2월 24일 금요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주요 저출산 대책의 성과와 향후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제13차 인구포럼'.

지난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 13차 인구포럼'


2.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3.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방안을 제시. 대안의 내용은 이렇다.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소득과 학력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할 수 있게 만들어 유배우율(배우자가 있는 인구 비율)을 상승"
"휴학·연수 등으로 시간과 돈을 허비한 사람에게 채용 과정에서 불이익 제공"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음모 수준으로 철저하게 기획, 추진"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의 일부.


4. 이 연구원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결혼을 '효용극대화'로 설명.

"남녀는 재무적 능력과 감정적 능력(배우자를 심리적으로 만족하게 하는 능력)을 고려해 배우자를 선택한다 → 결혼 전 미혼 남녀는 가능한 높은 수준의 재무적 능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배우자 선택을 위해 결혼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 미혼기간 재무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

즉, "남녀가 높은 재무적 수준, 스펙 등에 투자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배우자를 찾는 기간이 길어져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해석

5. 여성의 인적자본 향상과 선택 결혼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중 '여성의 인적자본 향상과 선택 결혼' 도표.


표에 따르면 여성의 인적자본형성수준이 평균적으로 낮았을 때는 남녀 간 '남성 위주의 선택 결혼'이 가능했음. 즉, 사회적·재무적으로 우월한 남성이 여성을 선택해 결혼할 수 있었던 구조.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 동시에 선택하는 결혼 형태로 변화하면서 배우자를 찾기 위한 탐색 기간이 길어지고 동질적 집단과 결혼에 실패한 여성과 남성의 비중이 과거보다 증가해 출산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주장.

6. 남성은 인적자본이 높고 낮은 여성들과 모두 매칭되는 반면 여성은 하향 매칭을 하는 경우가 적으니 여성의 하향 매칭을 높이면 혼인율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계산.

7. 이에 대한 대책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이 배포한 '제 13차 인구포럼' 보도자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스펙(휴학, 연수, 학위, 자격증, 언어능력)쌓기에 드는 시간을 줄여 초혼 연령을 높인다"
"이를 위해 채용 과정에서 스펙을 위해 시간과 돈을 허비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준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닌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

8. 왜 논란?

경제학적 관점으로 '결혼' 현상을 풀이하면 이 연구원의 연구 내용과 대책은 무리가 없는 전개. 수요와 공급의 불합치성을 '공급' 사이드를 조절해 시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연구는 결정적으로 오류를 범했다. '결혼'이 사물과 사물의 결합이 아니라 '인간'의 결합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것. 그 결과 '여성'을 '자궁을 가진 개체'로 대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이 연구는 국책연구기관이 여성집단을 '출산 기계화'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논문을 취소하고 연구원이 보직사퇴하는 선에서 사태 마무리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