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주자들이 1일 98주년 3.1절을 맞아 역사적 의미를 기리는 정치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은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역사 해석을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당 소속 손학규 전 의원이 상해 임시정부의 역사를 강조하고 차기정부의 개혁과제를 강조했다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 등은 '국민 대통합'을 강조했다.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열리는 3.1절 기념행사 '1919 그날의 함성'에 참석한 뒤 서대문구의회 부지에 건립되는 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 현장을 방문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대문구 임정기념관 건립추진 현장에서 "아직까지 임시정부의 역사와 공적을 기념하는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민간이 중심이 되고 또 지자체가 뜻을 모아서 이미 필요한 예산 까지 확보하고 있는데 정부가 그에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며 현 정부와 각을 세웠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3.1절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보는 '건국 100년론'도 주장했다. 최근 국정 역사 교과서 논쟁을 전후해 보수 진영 등 일각에서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1948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는 "3.1독립운동으로 건국된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그렇게 선포하고 주권이 국민들에게 있다고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했고, 지금 대한민국은 그런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며 "아직도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으니 건국 100년이 가깝도록 건국의 이념, 3·1독립운동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한 셈"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은 민주공화국 건립 100주년으로 친일청산은 100년을 넘길 수 없다"며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이 독재세력으로 이어지고 민주공화국을 숙주로 삼아왔고 심지어 역사를 지배하려는 야욕까지 부리고 있다. 이는 민주공화국의 수치로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같은 당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주 독립운동기념탑을 참배하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촛불혁명은 제2의 3.1운동으로 헌법 조문에만 존재하는 민주공화국이 아닌, 실질적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의 완성,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야권연합정부의 수립이야말로 촛불민심의 명령"이라며 "그것이 곧 3.1운동의 진정한 완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촛불민심을 꺾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자유당 시절 만연했던 '백색테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빌미를 주지 말고 총칼 앞에서도 끝까지 비폭력과 평화를 고수했던 선열들의 정신을 되새기자"고 했다.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의원도 이날 서대문구의 독립공원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방문하고 대한민국이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손 전 의원은 "박근혜 정권은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들어 민족운동을 왜곡하고, 희생자들과 국민의 동의도 없이 한일위안부합의를 강행했고 일본의 끊임없는 외교적 도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능하고 어리석은 대통령의 탄핵을 마무리하고, 개혁정부를 세워 더 정의롭고 당당한 대한민국 건설하는 것은 촛불혁명의 완성이자 곧 3.1만세운동의 완성"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민대통합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지금은 헌법과 법의 지배를 회복해야할 때이고 모든 국민이 헌법절차에 따르고 결과에 승복해야한다"며 "둘로 갈린 삼일절을 보면서 위대한 대한민국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대통합의 시대가 열리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다만 헌법재판소를 향해 "헌재는 탄핵에 찬성하는 압도적인 국민 여론을 겸손하게 받들어야 한다"며 "이미 국회는 234명의 탄핵찬성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었고 위대한 국민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 중구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오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3·1절 기념행사 경축사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강조했다.

안 지사는 "지난 100년의 역사를 국민의 관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통합"이라며 "앞으로 100년을 국민이 함께 설계하는 것이 ‘시대교체'"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 도중 '친일'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고, 독립 이후 역사에 대해 긍정평가하며 청중들에게 박수를 보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1919년 3.1 운동 당시와 같이 모든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불의를 물리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절대다수의 국민이 단결할 수 있다면 평화와 번영도 흔들림 없이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도 통합을 강조했다. 남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과거에 대한 분노가 아닌 미래에 대한 기대를 이야기할 때"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바라는 것은 갈등과 대립이 아닌 안정과 화합"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기초는 협치와 연정"이라며 "이념과 지역, 세대를 뛰어넘어 한목소리로 대한독립을 외쳤던 순국선열의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3.1 운동 정신을 계승해 사회 공동체를 복원하자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금이야 말로 3·1 운동의 정신을 계승해야 할 때로 무너진 사회 공동체를 복원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에 모든 힘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대구의 순국선열 묘소를 참배하고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의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도 "지금도 늦지않았다"며 "다시한번 여의도 빅테이블에 마주앉아 정치대협상을 통한 대타협을 이끌어 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