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특별한 취향을 가진 그녀들의 힐링 타임에서 힌트를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무엇보다 그녀들은 말합니다. 자신의 시간을 가질 때만큼은 온전히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그래야 진짜 행복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자연 속 즐거운 자발적 고립

김빈(36) 산업디자이너, 빈컴퍼니의 수장

저는 동물애호가입니다. 1년 전 도심과 떨어진 강화도에 거처를 마련했어요. 마당이 있는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저는 나고 자란 곳이 서울인 도시 사람이죠. 그래서 그런지 이렇게 반려견과 함께 문명에서 살짝 거리를 둔 채로 시간을 보내면 힐링이 됩니다. 이곳엔 아름다운 절들이 많아요. 어느 눈 많이 내리는 날 석희와 밤비를 데리고 석모도에 위치한 보문사에 갔어요. 고요 속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풍경 소리가 아름답더라고요. 그 후 보문사는 마음에 위안이 필요할 때 종종 찾아가는 곳이 되었어요.

아무래도 영국의 한 가정집을 방문한 이후로 제 삶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아요. 18세기 빅토리아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영국 런던에 자리한 집에서 사는 한 가족을 만났어요. 시대의 급변에도 내부만 조금씩 손보며 살아온 그들은 우리의 모습과는 분명 달랐어요. 주말만큼은 만사 제쳐두고 가족들이 모여 대화하는 것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의 인생관을 재정립했죠.

영국 런던 18세기 빅토리아 양식 건물(위) 영화<5to7>의 한 장면(아래)

아, 그거 아세요? 의외로 피곤한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의 무비 타임이 저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좀처럼 몰입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보면 좋은 영화인지 아닌지 판가름이 돼요. 특이한가요?(웃음) 작년 5월 뉴욕으로 가는 기내에서 본 <5 to 7>이라는 작품이 인상 깊어요. 마지막에 남녀 주인공들이 찰나처럼 재회하는 장면을 좋아해요. 삶에 매몰되는 것 같은 순간이 오면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를 살펴보며 본 영화를 또 보죠.

그리고 해소되지 않는 고민이 생기면 도올 선생이 풀어 쓴 논어를 들춰 봐요. 철학적인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만화로 그린 책이에요. 주옥같은 글귀가 많아요.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 봐도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어요.

내 몸과 마주하는 시간

김도연(32) 연극배우, 무용가

저는 무대에 서는 배우이자 무용가입니다. 평소 아침 일찍부터 리허설에 공연까지 하다 보면 녹초가 된 채 집에 돌아오기 일쑤예요. 때론 심야에 야식도 먹고 그도 아니면 집에 와서 공복 상태로 그냥 쓰러져 잠들죠. 그냥 두면 몸이 엉망이 되기 쉬운 삶이에요. 그래서 시즌이 아닐 때에는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필라테스로 보디라인을 관리해요.

제가 다니고 있는 곳은 모던 필라테스예요. 1년 넘게 다니고 있는데 카이로 프락터라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받고 있어요.이곳은 고즈넉한 청담동 주택가 가정집을 개조한 곳이라 정원이 있는데요. 공간 자체가 예뻐서 마치 갤러리나 카페에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전 마사지 마니아예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고은피부. 이곳의 림프 드레나지라는 대표 프로그램이 림프 순환에 효과적인데요. 조용하고 아담한 이곳에서 마사지를 받고 나면 피로가 싹 가셔요. 후각이 예민한 편이라서 거실이나 방 이곳저곳에 다양한 디퓨저를 두고 데일리 아로마테라피를 해요. 그리고 피부가 부쩍 건조하다 싶을 때면 일주일에 한 번씩 수분 팩을 하죠. 라메르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수분크림은 저의 인생템이에요. 여기서 핵심은 한 번 사용할 때 반 통 가까이 듬뿍 발라준다는 점이에요. 제 나름의 스몰 럭셔리라고 할까요.

청담동에 위치한 고즈넉한 가정집을 개조한 모던 필라테스

이런 저에게도 길티 플레저는 있답니다. 아주 가끔씩 해방촌에 ‘아워스’라는 아메리칸 차이나 비스트로에 가요. 저의 페이보릿 메뉴는 오렌지 치킨인데 정말 중독성 강한 맛이에요. 그런 다음에 이태원 주택가에 위치한 규크로아상에 가서 종류별로 크로아상을 잔뜩 사서 집에 오는 거죠. 신랑이랑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야금야금 먹다 보면 스트레스를 단번에 날릴 수 있어요.

아티클엠의 커스텀 주얼리들

쇼핑 플레이스요? 평소에 옷보다는 주얼리에 관심이 많아요. 아티클엠이라고 나혜영 디자이너가 실버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하는 곳인데요. 제가 원하는 디자인대로 커스텀 제작이 가능해요. 신랑과 처음으로 나눠 낀 커플링도 여기에서 주문 제작했어요. 나를 독려하고 싶을 때 이니셜이나 의미를 담은 디자인의 주얼리를 만들어 간직하는 곳이에요.

나의 욕망에 대한 끊임없는질문

서수신(47) 몬스터유니온PD

저는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듀서입니다. 미리 고백하자면 워커홀릭에 가까워 일과 휴식의 경계가 불분명해요. 그래도 요즘은 집에 오면 최대한 일과 무관한 일을 하려고 노력하긴 합니다.

저의 최대 힐링 방법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첫째 딸내미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했고, 둘째는 이제 열 살이에요. 주말이 오면 아이들과 작정하고 데이트를 합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가요. 지난주에는 후배 개그맨 정태호가 하는 라는 1인극을 보러 다녀왔죠. 평소 이동하는 일이 많은 편인데, 차 안에 혼자 있을 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힐링 타임을 가져요. 플레이리스트를 공개하자면 대부분 옛 노래들이에요. 유심초의 ‘사랑하는 그대에게’, 김광석의 ‘너에게’,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제가 이 얘기를 하면 유희열 씨는 누나는 도대체 몇 살이냐고 하는데요(웃음).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곡들이죠.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하는 첫 소절 가사를 들으면 울컥해요. 역시 나만 그런 거 아니구나 하면서요. 그리고 좀 더 욕망해야 하지 않을까 고무되기도 하죠.

정태호가 출연한 그놈은예뻤다포스터(왼쪽) 서수민PD와 가족들(오른쪽)

요즘 읽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라는 책에 그런 말이 나와요. “창작의 시작은 모방이다.” 긍정적인 욕망을 기본 전제로 한 내용인데요. 읽으면서 난 더 욕망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봐요. 또 쇼핑을 빼놓고 욕망에 대해 논할 수야 없죠(웃음). 날 독려하는 아이템? 예전엔 옷장을 열어보면 대부분 스포츠웨어가 많았어요. 지인이 말하기를, 옷이야말로 정말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에 띠어리 캐시미어 코트를 샀어요. 입어보니까 너무 가볍고 따뜻하고, 저랑 잘 어울리더라고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것도 여성에게 꼭 필요한 일 같아요. 최근에 산 제품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것은 플러스마이너스제로 무선청소기예요. 극도의 미니멀리즘이 포인트! 와이어리스라 사용하기에도 편리하고 그냥 툭 아무 데나 둬도 인테리어가 되니까 여러모로 흐뭇해요.

혼술과 추리소설 그리고 충동쇼핑

서정은(42) 패션스타일리스트, 스타일홀릭대표

저는 패션지 에디터 출신 스타일리스트입니다. 패션업계 종사자라고 하면 대부분 각종 행사장을 전전하며 셀레브리티들과 어울리는 화려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의외로 정적인 공간에서 힐링을 합니다. 업무를 마치고 가족들이 잠든 시간,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혼술을 하는 시간을 가져요. 안주는 제가 직접 마련해요.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와 과일, 하몽, 견과류 등. 다음 날 또 시작될 새로운 전쟁을 위해 재충전을 하는 시간이에요.

잠들기 전까진 추리소설을 즐겨 읽어요.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잠시라도 대리만족을 하는 거예요. 최근에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을 재밌게 봤어요.

집에서 책을 볼 때면 항상 음악을 틀어놓는데요. 아침에는 주로 클래식을, 저녁에는 재즈를 들어요. 보컬이 있는 곡보다는 연주곡을 선호해요. 악기 소리가 내는 선율과 리듬이 하루의 원동력이 됩니다.

플렉 컬렉션(왼쪽) 쌍둥이딸들과 시간을 보내는 서정은대표(오른쪽)

가끔씩 마사지를 통해 힐링을 하기도 해요. 자주 찾는 곳은 가로수길에 위치한 미단이에요. 시원한 압으로 마사지를 받고 나면 누적된 피로가 단번에 가시는 기분이죠. 스타일리스트인데 쇼핑은 안 하느냐고요? 얼마 전에 편집숍 톰 그레이하운드에서 MUVEIL의 레오퍼드 맥시롱 카디건을 충동구매했어요. 딱 봐도 제가 입는 스타일이 아닌데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이런 게 바로 힐링 쇼핑인가 봐요.

문득 저의 첫 힐링 타임이 생각나네요. 몇 년 전 뉴욕으로 출장을 떠났을 때 혼자 플릭 컬렉션에 갔어요. 미술이나 건축물을 보면서 영감을 받는 편이라서 찾아간 거였죠. 그 안에서 감상도 하고 차도 마시면서 얼마간 고요하게 시간을 보냈답니다.

훈남 셰프와 힐링 쿠킹 타임

기은세(33) 배우, SNS인플루언서

올해로 결혼 5년 차인 배우 기은세입니다. 저는 요즘 요리에 푹 빠졌어요.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 밥을 하는 게 아니라 요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일부러 마련할 정도예요.

이탤리언 요리를 좋아해서 처음엔 맛집을 찾아다니다가 직접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쿠킹 클래스를 찾았습니다. 일명 서래마을 미남 선생님(@302recipe)이라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분인데요.(웃음) 그분에게 신선한 재료들을 활용하고 기본에 충실한 이탤리언 가정식을 배우고 있어요. 지금까지 네 번 수업을 들었는데 신나고 재미있어요.

수업을 듣고 오면 집에 와서 꼭 복습을 하죠. 지난 크리스마스 때는 홈파티 메뉴로 라자냐를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좋았죠. 제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감이 들어요. 자연스럽게 플레이팅에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잖아요. 제가 만든 요리를 더욱 맛있게 보일 수 있도록 그릇 쇼핑도 하는데요, 최근 구매한 것 중 하나는 HEAMI의 제품이에요.

기은세가 소장하고자하는 펜디 부츠(오른쪽)

제가 일하는 업계 특성상 아무래도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 수많은 아이템 중에서도 저를 격려하는 것은 슈즈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촬영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는 의미로 숍에 들러서 멋진 슈즈를 자신에게 선물하는 것이죠. 펜디의 이번 컬렉션은 착장부터 액세서리까지 온통 여성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아이템으로 가득해요. 특히 이 부츠는 소장가치가 있어서 조만간 구매하지 않을까 싶어요.

때론 몸을 가볍게 움직이면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는데요, 스케줄이 없으면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활보해요. 아직 바람이 쌀쌀해서 최근엔 자주 못 다녔지만 이제 곧 날이 풀리겠죠? 봄이 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자전거를 타고 단골 레스토랑인 재클린 다이닝라운지에 가서 담백한 총각무 패스토 플랫 브래드를 먹는 거예요.

글쓰기를 통한 자아 발견

차홍(37) 헤어아티스트, 차홍 아르더의 대표원장

저는 헤어아티스트입니다. 그리고 워킹맘 2년 차죠. 작년 제 삶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어요. 바로 아이가 태어난 것이에요. 출산은 여성이라면 한 번쯤 자연스럽게 거치는 과정이라고들 하지요. 평소 워커홀릭 기질이 다분하던 저는 아이가 태어난 후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심신으로 고생이 심했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습니다.

아이가 잠든 9시부터 11시 사이, 하루에 두 시간만큼은 오롯이 저를 위한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거실 간접조명 아래에서 미뤄두었던 책을 읽으면서 산수유차를 한 잔 마시고요.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도 씁니다. 평소 식단 조절을 하느라 잘 먹지 않는 초콜릿을 반신욕을 하면서 맘껏 먹는 게 낙이에요.

일에 열중하는 차홍 대표원장

지금 제 동년배 여성들을 위한 책을 하나 준비 중인데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제가 개인적으로 체험한 일들과 사견들을 모은 뷰티 에세이입니다. 시작하기 전엔 육아에 전념하기도 힘든데 시간을 많이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했어요. 그런데 이 책이 저에게 의외의 힐링 효과를 가져다줘서 놀라울 따름이에요.

차홍 원장의 다이어리

일을 시작한 17년 전부터 지금까지의 히스토리와 30대를 지나 40대를 바라보는 저의 시각, 오로지 저에 대한 조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면서 느끼는 바가 커요. 나는 어떨 때 희로애락을 느끼는지, 나는 과연 무엇을 좋아하는지, 바쁘게 일하고 육아를 하느라 돌보지 않던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더라고요. 또 앞으로 뭘 하면서 재밌게 살아볼까 하는 삶의 의욕도 샘솟고요. 뜻밖의 힐링 타임을 선물해준 미출간된 책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