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일(15일) 발효 5주년을 맞는다. 지난 5년간 한·미 간 교역은 세계 무역량이 매년 2.0%씩 감소하는 속에서도 연평균 1.7% 증가했다. 상대국에 대한 투자는 각각 4.5배(한국→미국), 2.6배(미국→한국) 늘었고, 상대국 수입 시장 점유율은 0.6%포인트(한국), 2.1%포인트(미국) 씩 올랐다. 상품·서비스 교역과 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두 나라에 윈-윈의 상호 이익을 가져다준 점에서 전 세계 수많은 FTA 중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한·미 FTA는 애초 '이익의 균형' 원칙에 따라 설계됐기 때문에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공언하는 것 자체가 긴 설명이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5년 사이 대미(對美) 무역 흑자가 116억달러 증가한 반면 우려됐던 국내 농축산물이나 서비스 산업 타격은 없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었다.

5년간의 성과를 보면서 과거 FTA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아수라장은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FTA 비준 동의안을 처리한 국회 상임위에선 야당이 쇠망치와 전기톱까지 동원하며 물리력으로 막았다. 2011년 11월 비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야당은 단상 점거와 실력 저지에 나섰고, 최루탄을 터트려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했다. 비준안이 통과되자 야당은 거리로 뛰쳐나가 장외투쟁을 벌였다.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선 '수돗물 값이 폭등해 빗물을 받아 쓰게 된다'거나 '돈 없는 사람은 아파도 병원에 못 간다' '맹장 수술비가 900만원이 된다'는 구호가 난무했다. 자칭 '전문가'들은 미국산 수입 소 때문에 온 나라가 광우병 천지가 된다고 겁주었다. 국회에 최루탄을 던진 야당 정치인은 "안중근의 심정으로 했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은 한·미 FTA가 '을사늑약'과 같다며 FTA를 매국(賣國)으로 몰아붙였다. 괴담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 그런데 한·미 FTA가 나라를 팔아먹는 것처럼 선동하던 사람들이 막상 진실이 드러났는데도 단 한 사람 나서서 '그때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천안함 괴담, 세월호 괴담으로 종목을 바꿔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2012년 대선에 출마했던 문재인 후보는 한·미 FTA가 잘못됐다며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것인데 당시 정권의 핵심에 있던 사람이 잘못됐다고 하니 국민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중대한 국가 문제에서 이처럼 커다란 판단 착오를 했다면 무언가 설명이 있어야 한다. 나라가 망할 것처럼 결사반대하던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FTA 5년의 성과에 대해선 입을 다문 채 집권당이 되겠다고 한다. 정말 집권할 자격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