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카페에 앉아 디저트와 커피를 곁들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케이크·타르트·쿠키·화과자·아이스크림 등 테이블에 올라오는 디저트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이런 디저트는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유럽에서 디저트는 주(主)요리를 식사한 후 식탁을 치운 다음 입가심으로 먹는 작은 규모의 음식으로, 예부터 디저트를 먹는 것은 주요리를 먹는 시간만큼 중요한 시간이었다. 달거나, 또는 새콤하면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디저트가 여느 대륙보다도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중세 이후 왕실과 귀족이 식문화를 주도해 고급스러운 디저트가 많이 나왔는데, 지금까지도 이를 즐겨 먹고 있다.

크림처럼 질퍽하지도 않고 젤리처럼 탄성이 강하지 않은, 그 중간쯤에 위치한 푸딩(Pudding)은 밀가루·달걀·우유·설탕을 섞어 찌거나 구운 음식이다. 영국 선원들이 항해 도중 먹다 남은 빵 부스러기와 함께 달걀·과실 등을 헝겊에 싸서 쪄 먹던 것이 푸딩의 시초다. 영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푸딩을 짭짤한 고기 요리와 함께 주식용으로 먹기도 하지만, 말린 과일·초콜릿·캐러멜 시럽·카스텔라 분말 등 단맛을 추가한 후식용이 대중화돼 있다.

와플(Waffle)은 밀가루와 버터·달걀·이스트 등이 들어간 반죽을 벌집 모양 틀에 부어 구운 바삭바삭한 빵을 가리킨다. 와플은 원래 9~10세기 서유럽 버터 과자인 ‘우블리(Oublie)’에서 비롯됐으나 오늘날과 비슷한 와플은 18세기 벨기에 도시 리에주와 브뤼셀에서 탄생했다. 고소하고 약간의 단맛으로만 먹는 간식이 ‘리에주 와플’이라면, 생크림이나 과일·초콜릿 시럽·아이스크림 등 토핑을 화려하게 얹어 먹는 후식이 ‘브뤼셀 와플’이다.

정부가 국립 제과제빵 학교를 운영해 디저트 전담 요리사(파티시에, Patissier)를 양성할 정도로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은 프랑스에서는 숟가락으로 캐러멜 토핑을 깨고 커스터드 크림을 떠먹는 크렘 브륄레(Creme brulee)와 동그란 머랭 사이에 잼을 넣은 마카롱(Macaron), 길쭉하고 속이 빈 페이스트리에 크림을 넣고 표면에도 크림을 얇게 덧씌운 에클레르(Eclair) 등이 유명하다.

크림 브륄레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691년 프랑스 요리책 ‘왕족과 부르주아의 요리사(Le Cuisinier roial et bourgeois)’에도 적혀 있으나 19세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식당 디저트 메뉴로 등장했다. 커스터드 크림 위에 설탕을 뿌려 토치로 열을 가해 만든 캐러멜 토핑의 비율이 크림 브륄레의 맛을 좌우한다.

이탈리아어 ‘마케로네(Maccerone)’ 혹은 ‘마카로니(Macaroni)’에서 어원을 찾을 수 있는 마카롱은 1533년 이탈리아 카트린 드 메디치(Catherine de’ Medici)가 프랑스 앙리 2세(Henri II)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에 들어왔다. 이때만 해도 표면이 거친 머랭 그 자체를 의미했다. 오늘날과 같은 매끄러운 표면의 두 머랭 사이에 각종 잼이나 크림을 넣은 마카롱은 1862년 파리에 문을 연 '라뒤레(Laduree)'라는 가게에서 처음으로 개발했다. 마카롱은 밀가루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달걀흰자와 설탕·아몬드 가루로 반죽해 식감이 바삭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에클레르는 오븐이 개발된 19세기 초부터 프랑스 셰프들이 만들기 시작했다. 바닐라·초콜릿·캐러멜·커피·과일·견과류 등 페이스트리에 들어가는 크림과 토핑에 쓰이는 재료에 따라 맛이 무궁무진하다.

바움쿠헨(Baumkuchen)은 나무 케이크라는 뜻으로, 잘랐을 때 단면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고리가 여러 층으로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밀가루·버터·달걀을 기본 재료로 한 반죽으로 한 겹 구운 다음 그 위에 또 반죽을 칠해 익히는데, 이 과정을 10~20번 정도 반복한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원하는 양 만큼 잘라 먹으며, 기호에 따라 생크림이나 초콜릿·설탕을 더해 먹으면 된다. 바움쿠헨은 통나무 위에서 케이크를 굽던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돼 독일로 넘어온 뒤 전통 과자로 자리를 잡았다.

1832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회의인 빈 회의에서 셰프 프란츠 자허(Franz Sacher)가 만들어 제공한 초콜릿 스펀지케이크를 자허토르테(Sachertorte)라고 한다. 초콜릿 스펀지케이크 사이에 살구 잼을 넣고 겉에 초콜릿을 덧입힌 것으로,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과 살구의 새콤한 맛이 어우러져 덜 달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휘핑크림을 곁들여 더 부드러워진 식감을 즐길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매년 12월 5일을 기념일로 지정할 만큼 자허토르테에 대한 애정이 높다.

바클라바(Baklava)는 15세기 오스만 제국의 왕궁 요리사들이 개발한 레시피로 얇은 밀가루 반죽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사이에 호두·피스타치오·아몬드·헤이즐넛 등 견과류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시럽을 뿌려 단맛을 낸다. 19세기 후반 소규모 페이스트리 가게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중산층 이하 사람들도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디저트가 아니었다. 터키 현지에서는 식사를 마친 후 바클라바에 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이들이 많다.

이탈리아에선 1400년부터 약 350년간 은행업으로 부를 쌓은 메디치(Medici) 가문의 영향력이 막강했는데, 이 가문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빠지지 않았던 디저트가 젤라토(Gelato)였다. 이후 젤라토가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돼 전자동 젤라토 기계를 갖춘 매장들이 생기면서 이탈리아의 명물로 떠올랐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또 다른 디저트는 티라미수(Tiramisu)로 기원에 대해서는 논쟁 중이다. 1970년대 평범한 가정의 한 시어머니가 출산한 며느리에게 만들어준 음식으로 시작했다는 설, 19세기 중반 이탈리아 첫 수상의 원기를 북돋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 1981년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주에 있는 레스토랑 ‘레 베케리(Le Beccherie)’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설 등이 있다. 티라미수의 가장 큰 특징은 가열 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사보이아르디(Savoiardi o pavesi) 쿠키 위에 단맛이 나는 브랜디나 럼주를 넣은 에스프레소 커피, 달걀노른자·설탕·마스카르포네(Mascarpone) 치즈를 섞은 크림을 층층이 쌓은 뒤 냉장고에 5시간 이상 굳혀 차갑게 먹으면 된다.

포르투갈 거리를 걷다 보면 에그타르트를 파는 가게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에그타르트의 원조가 이곳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리스본 교외 벨렘 지구에 있는 제로니모스 수도원에서 수녀가 제복에 풀을 먹이는 데에 달걀흰자를 쓴 뒤 남은 노른자를 처리하기 위해 에그타르트를 만들어 팔았다. 이후 수도원이 문을 닫으면서 레시피를 ‘벨렘(Belém)’이라는 빵집에 전달했다. 이 빵집은 원조라는 수식어를 달고 1837년부터 170년이 넘는 오늘날까지 5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원조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로 된 겉 부분이 바사삭 부서지며 속에는 부드러운 커스터드 크림이 들어 있다.

17세기만 해도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의 식민지였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디저트 문화 역시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유럽에서 넘어온 레시피를 토대로 현지 환경에 맞는 방식으로 형태가 바뀐 디저트가 발달했다.

뉴욕에서 성행한 치즈케이크라고 해서 이름에 도시명이 들어간다. 유럽 이민자들이 치즈를 재료로 한 케이크를 만들어 먹던 것에서 착안해 뉴욕에서 고유의 레시피를 따로 만든 것이다. 뉴욕 치즈케이크는 전통적으로 바닥에 크래커를 깔고, 크림치즈에 사우어크림(Sour cream)과 바닐라빈을 살짝 섞어 크래커 위에 얹은 다음 오븐에 굽는다. 크림치즈 특유의 맛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나나이모 바(Nanaimo bar)는 캐나다 서부에 있는 작은 도시인 나나이모(Nanaimo)에 막대기란 뜻의 바(Bar)가 붙여진 이름이다. 195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여러 요리책에 나나이모 바의 레시피가 등장해 어느 것이 최초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다. 풍부한 초콜릿 맛에 바삭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조화를 이루는 나나이모 바는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 크래커 위에 커스터드 크림을 얹고 제일 윗부분에는 다시 초콜릿을 펴 발라 단면이 세 겹으로 뚜렷하게 구분된다.

소파이피야(Sopaipilla)는 소파피야(Sopapilla), 소파이파(Sopaipa), 카찬가(Cachanga)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 디저트가 중남미 식민지국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국가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멕시코에서는 기름에 튀긴 페이스트리류 빵에 설탕, 또는 꿀과 오렌지 껍질로 만든 찬카카(Chancaca)라는 소스를 뿌려 먹는다.

아시아에서 디저트는 유럽·아메리카와 달리 식사 후 먹는 후식이라기보다 끼니 사이 허기질 때 먹는 간식의 의미가 강하다. 요즘에는 후식과 간식의 경계가 모호해져 아시아의 전통 간식도 디저트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월병으로 더욱 익숙한 위에삥(月饼)은 달과 떡을 뜻하는 단어가 합쳐진 말이다. 고대부터 중추절(음력 8월 15일) 제사 음식으로 먹었지만, 10세기 송나라(宋)에 이르러 이름이 생겼다. 피 재료에 밀가루와 설탕, 달걀 그리고 버터가 아닌 돼지기름(라드, Lard)이 쓰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소는 팥이나 말린 과일을 기본 재료로 하며 여기에 각종 견과류를 넣어 만든다. 달처럼 둥그런 모양에 윗부분은 중국 문양이 찍혀 있다. 중추절에 온 가족이 나눠 먹는다고 해서 화목을 상징한다.

대만의 특산품으로 전문 상점뿐 아니라 일반 빵집·대형마트·수퍼 등에서도 판매하는 펑리수(凤梨酥)는 파인애플과 과자를 뜻하는 단어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파인애플 잼이 들어 있는 과자다. 중국이 위(魏)·촉(蜀)·오(吳)로 분열됐던 삼국시대에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 음식이었다가 점차 혼례 음식으로 쓰이게 됐다. 밀가루·버터·달걀·설탕으로 된 반죽을 구워 겉 과자는 촉촉하고, 속 파인애플 잼은 쫀득해 전체적인 식감이 부드러운 편이다.

원어로는 와가시(わがし), 우리나라에선 화과자(和菓子)라고 발음한다. 중국 당나라에서 건너온 당 과자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처음에는 궁중에서 신에게 바치는 음식으로 만들어져 왕족과 일부 귀족 외에는 맛보기 힘들었으나 17세기 에도 시대에 들어 설탕이 대량 보급되면서 널리 퍼졌다. 수분 함량에 따라 나마가시(生菓子)·한나마가시(半生菓子)·히가시(干菓子)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수분이 가장 많은 나마가시는 찹쌀 반죽에 팥고물이 들어 있으며 떡과 비슷하다. 반면, 수분이 가장 적은 히가시(干菓子)는 쌀가루·밤·콩·설탕을 섞어 틀에 넣은 다음 건조시켜 만든 것으로 식감이 딱딱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수분량이 나마가시와 히가시의 중간인 한나마가시는 한천에 팥과 물엿을 섞어 굳힌 과자로 양갱과 비슷하다.

굴랍자문(Gulab jamun)은 분유가 들어간 밀가루 반죽을 튀겨 설탕 시럽을 뿌려 먹는 인도의 전통 도넛이다. 모양은 동그랗고 작으며 갈색빛을 띤다. 파키스탄·그리스·터키 등에서도 비슷한 디저트가 있어 정확한 기원은 찾기 힘드나 인도에서는 무굴제국 시대부터 정착했다. 설탕 시럽에 사프란(saffron)이나 카르다몸(Cardamom)과 같은 향신료를 첨가해 향이 독특하다.

아랍에서는 기원전 400년부터 팔루데(Faloodeh)라는 얼음 형태의 디저트를 먹었다. 유럽에서는 로마제국의 5대 황제(재위 54~68년)가 아이스크림을 최초로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이스크림의 기원보다도 팔루데가 훨씬 오래된 것이다. 설탕과 장미수로 만든 시럽에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가느다란 당면을 섞어 얼려 먹으면 된다. 요즘에는 기호에 따라 앵두·민트·피스타치오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