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원의 밤벚꽃놀이를 즐기고 있는 시민들. 수정궁 옆 노상 식당에서 벚꽃이 만개한 봄밤을 만끽하고 있다.

과거 서울에선 벚꽃을 보러 창경원을 찾았다. 그 시절 창경궁 야간 벚꽃놀이는 대단했다.  
수백 그루 벚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면 하얗게 핀 밤 벚꽃을 구경 온 인파로 몰렸고, 창경원이라 불렀던 창경궁 일대는 "벚꽃 보러 왔다가 사람 구경하고 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요즘으로 치면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를 연상할 수 있지만 한강을 조망하는 넓게 트인 고수부지가 있는 여의도 윤중로와 달리 창경원은 담으로 둘러싸인 어쩌다가 동물원이 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궁궐이었다. 따지고 보면 당시 창경원 벚꽃놀이는 바람직한 축제는 아니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무시하기 위해 왕이 집무하던 공간을 동물원으로 개조했으니 말이다.

창경원 벚꽃놀이가 없어진 것은 1984년. 정부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창경궁 복원 공사를 시작하면서 동물들은 물론 벚나무들도 과천의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상당수의 벚나무는 여의도로 옮겨 와서 지금의 여의도 벚꽃 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1976년 봄나들이 인파가 몰린 창경원 입구.
1959년 창경원 벚꽃놀이를 즐기러 입장한 시민들이 장내를 가득 메웠다.
1966년 창경원 벚꽃놀이를 즐기러 입장한 시민들이 한데모여 춤을 추며 봄을 만끽하고 있다.
1961년 창경원 경내의 연못에서 보트를 타며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박정희 전대통령이 상춘객들이 붐비고 있는 비원과 창경원을 예고없이 방문, 시설환경을 점검했다.
창경원의 정든 우리를 떠난 동물가족이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수송돼 새 보금자리로 옮겨지고 있다.
창경원에 새 식구로 입주하는 기린의 키가 정문인 홍화문보다 높아 이곳을 통과시키기 위해 사육사들이 매달려 고개를 숙이게 하고 있다.
1963년 창경원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1972년 창경원 수정궁 연못 앞에서 밤 벚꽃놀이를 즐기는 시민들.

사진/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