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서울에선 벚꽃을 보러 창경원을 찾았다. 그 시절 창경궁 야간 벚꽃놀이는 대단했다.
수백 그루 벚나무들이 꽃망울을 터뜨릴 때면 하얗게 핀 밤 벚꽃을 구경 온 인파로 몰렸고, 창경원이라 불렀던 창경궁 일대는 "벚꽃 보러 왔다가 사람 구경하고 간다"는 말까지 나왔다.
요즘으로 치면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를 연상할 수 있지만 한강을 조망하는 넓게 트인 고수부지가 있는 여의도 윤중로와 달리 창경원은 담으로 둘러싸인 어쩌다가 동물원이 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궁궐이었다. 따지고 보면 당시 창경원 벚꽃놀이는 바람직한 축제는 아니었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무시하기 위해 왕이 집무하던 공간을 동물원으로 개조했으니 말이다.
창경원 벚꽃놀이가 없어진 것은 1984년. 정부가 일제 잔재를 청산하는 창경궁 복원 공사를 시작하면서 동물들은 물론 벚나무들도 과천의 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상당수의 벚나무는 여의도로 옮겨 와서 지금의 여의도 벚꽃 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사진/조선일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