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환경 정책의 성과를 점검한 보고서를 펴냈다. 여러 환경 정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분은 재활용이다.

우리나라는 평균 재활용 비율 80%를 기록해 OECD 평균(59%)을 훌쩍 넘겼다. 재활용을 잘하면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그만큼 절약할 수 있고, 폐기물 감소, 대기·수질 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등 효과로 이어진다. 환경과 건강을 지키는 강력한 수단인 셈이다.

OECD는 이번 평가에서 "한국은 폐기물 통합 관리 강국답게 높은 재활용률을 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이런 평가가 무색한 부문이 있다. 바로 빈 병 재사용이다. 우리나라의 빈 병 재사용 횟수는 8회로 캐나다(15~20회)와 일본(28회), 핀란드(30회), 독일(40회) 등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선 빈 병 자원을 상대적으로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올해 1월 지난 20년간 동결했던 빈 병 반환 보증금을 올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소주 병은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려 재사용 횟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가정용 빈 병 반환율 2배 증가

빈 병 보증금은 소비자가 유리병으로 된 소주, 맥주 등을 마시고 소매점에 빈 병을 반환하면 돌려받는 돈이다. 소주나 맥주 등을 살 때 병값을 미리 지불했다가, 빈 병을 돌려주면 병값을 다시 받는 것이다. 빈 용기 회수 및 재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술집이나 식당 등 빈 병이 많이 나오는 곳의 회수율은 100%에 달했지만 개인 가정은 24%에 그쳤다. 그런데 보증금이 인상되자 최근 가정의 빈 병 회수율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에 따르면, 소비자가 소매점에 직접 반환하는 빈 병 회수율이 24%에서 지난달 말 43%로 껑충 늘어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작년 9월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88%가 보증금이 인상되면 빈 병을 반환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는데 이 같은 소비자들의 의향이 실제 회수율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캐나다 앨버타는 보증금이 오르자 회수율이 연평균 12%씩 늘어나는 등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이 오르면서 생긴 부작용도 있다. 일부 음식점에서 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술값을 올리거나 아예 환불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최근 서울과 인천의 2052곳 소매점을 조사한 결과, 보증금 인상분을 넘겨 소주나 맥주값을 올린 곳이 절반 가까운 1001곳에 달했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업체도 전체의 28%나 됐다. 녹색소비자연대 측은 "자원 절약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단속·모니터링 더 강화할 것"

환경부는 앞으로 빈 병 회수율을 더 높이고, 빈 병을 반환하려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 환불 거부 소매점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만약 ①빈 병 반환 무단 거부 ②반환 요일 또는 시간 제한 ③1일 30병 미만에 대한 구입 영수증 요구 ④1인당 반환 병수 제한 같은 부당행위를 하다 걸리면 300만원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 같은 부당행위를 하는 가게를 발견해 신고한 사람에겐 건당 5만원 포상금이 지급된다.

시민단체 등을 통한 모니터링은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소매점으로 확대해 시행 중이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소매점에 대한 행정지도와 단속 강화를 요청하고, 도매상 등에 대해서는 신속한 회수를 통해 소매점의 보관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편리하게 빈 병을 반환할 수 있는 무인 빈 병 수거기는 전국에 106대 설치해 2015년(12대)에 비해 8배 가까이 확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85% 수준인 빈 병 재사용률이 95%로 오르면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6만1905TOE(석유환산톤·1TOE은 1000만kcal)을 절약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1만5210명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과 맞먹는다"면서 "빈 병 반환은 소비자 권리를 되찾는 것과 동시에 경제와 환경 보전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더 많은 소비자들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