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오겠다는 사람 없는 '김종인의 3자 단일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최근 제안한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회' 위원장직을 공식 수락하며 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간 '3자 단일화' 시동을 걸었다. 김 전 대표는 공동정부위원회를 통해 차기 정부에 친문(親文), 친박(親朴)을 제외한 모든 정치 세력을 참여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결국은 홍 후보의 자진 사퇴를 통한 안 후보로의 단일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홍 후보와 한국당 측이 지지율이 반등하면서 단일화에 부정적인 것이 가장 큰 변수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 정부는 모든 반(反)패권 세력을 포괄해 구성될 것이며 정치·경제·사회 개혁 조치들을 신속하게 완수할 것"이라며 "2018년 중으로 헌법 개정을 완료하고 2020년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안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단일화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원래 정치가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냐"고 했다. 김 전 대표는 공동 정부와 관련해 "한국당에도 탄핵에 찬성한 분들이 상당수 있다"며 "그런 분들도 통합 정부에 의사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서 서로 테이블에 앉는 단일화는 어렵지만, 대선 일이 가까워질수록 보수층은 '될 만한 사람을 밀어줘야 한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홍 후보가 사퇴하든 안 하든 '자연스러운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홍 후보는 친박 패권 세력이 아닐 뿐 더러 오히려 자기는 지난 10년간 친박 때문에 핍박받았다고 주장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그렇다"며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안 후보는 이날도 연대에 부정적이었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 "제가 (홍 후보의) 후보 사퇴 요구를 했다.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동 정부 파트너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경록 대변인은 "공동정부준비위는 국민의당 내 기구가 아니라 김 전 대표가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후보 입장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 호남 지역 의원들도 "호남 민심이 홍 후보와의 연대에 비판적"이라고 했다.

홍 후보도 경기 동두천 유세 후 단일화 의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내 선거만 생각하지 그 부분(단일화)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에서 "공동 정부 운운하며 보수 우파 정권 수립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책략에 저는 넘어가지 않겠다"며 "(안 후보는) 아무리 대통령을 하고 싶다지만 상왕(上王)에 태상왕(太上王)까지 모시고 3년짜리 대통령이 되려고 무리하는 것은 자신의 유약함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를 '상왕'에, 김 전 대표를 '태상왕'에 비유한 것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도 '공동 정부' 구상에 대해 "더 이상 그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