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폴리텍 융합기술교육원 10개월 교육 과정을 마친 1기 수료생 66명 가운데 64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사진은 융합기술교육원 수료식 모습.

"솔직히 처음엔 10개월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어요."

대학에서 수산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던 정황교(33)씨는 지난해 '제2의 인생' 서막을 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폴리텍 융합기술교육원 생명의료시스템과에 다니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폴리텍에서 열 달 동안 의료 전문 기술을 배운 뒤 최근 서울아산병원에 연구원으로 취직했다. 정씨는 "바이오 산업이 각광받을 것을 예상해 결단을 내렸다"면서 "폴리텍 진학이 내 인생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3월 고급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만든 폴리텍 융합기술교육원이 전문직 취업 사관학교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올해 3월 수료한 융합기술교육원의 1기 훈련생 66명 중 64명이 취업의 꿈을 이뤘다. 특히 취업자의 72.9%가 인문계열 전공자로, 이들은 10개월 동안 빅데이터·바이오·소프트웨어 분야 등에서 집중 교육을 받고 이공계 전문가로 재탄생했다. 김진혁(26)씨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뿐 아니라 요즘 뜨고 있는 핀테크 분야까지 강도 높은 교육을 따라가느라 힘들긴 했다"며 "집중 교육을 받은 덕분에 인문계 출신이자 비전공자라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융합기술교육원은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과, 생명의료시스템과, 임베디드시스템과 3개 학과가 개설돼 있다. 교육은 대학에서 2년여 걸리는 교육을 10개월로 압축해 진행한다. 국내외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평균 16년의 대기업·연구소 근무 경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강의를 맡는다.

훈련생은 기초 10~14주, 심화 10~16주, 특화 9~11주로 10개월 동안 약 1300시간의 수업을 듣는다. 과정마다 시험을 봐 일정 수준에 미달하는 학생은 탈락된다. 강구홍 융합기술교육원장은 "설립 단계부터 기업들과 사전 취업 협약 등을 맺고 맞춤형으로 과정을 만들었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학사 관리도 엄격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과, 생명의료시스템과, 임베디드시스템과 등 3개 학과에서 2기 훈련생 60명이 교육을 받는 중이다. 오는 9월부터 교육을 받을 3기 훈련생은 다음 달부터 모집에 들어간다. 기술원 훈련생을 채용한 중견 IT 솔루션 기업인 유클릭 엄남한 대표는 "회사에서 활용하는 기술로 교육받은 학생을 채용해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어 재교육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인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