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를 즐기는 애호가들에게는 이미 익숙할 것이다. 김윤진처럼 기존의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해 미국 드라마로 이름을 알린 경우도 있지만, 어릴 때 이민을 갔거나 외국에서 태어나 배우로 활동 중인 이들도 많다. 자신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며 한국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배우들, 그중 영화 이외 '미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얼굴들을 몇몇 소개한다.

스티븐 연(Steven Yeun)은 최고의 미국 드라마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워킹 데드'로 유명해진 배우다. 코난 오브라이언의 한국 방문기 시리즈에도 출연한 바 있으며, 최근 공개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캐나다로 이민, 미국 미시간 주(州) 트로이시티로 이주했다. 캘러머주 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세컨드 시티' 극단에서 연기수업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배우 초기, CBS의 인기 시트콤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을 통해 얼굴을 알렸고, '웨어하우스 13' '특수범죄 전담반(Law & Order: LA)' 등에서 단역을 거치며 배우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LA로 건너가 높은 경쟁률을 뚫고 AMC의 드라마 '워킹 데드'의 '글렌(Glen)'이라는 배역을 따냈다. 스티븐 연은 극 중 '중국인이냐'는 물음에 당당히 '한국인'이라고 대답한다. 한 인터뷰에서 동양계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느낀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세상은 편견이라는 박스에 가둬두는 걸 좋아한다"며 "나는 배우로서 나만의 개성과 정체성을 갖고 있다. 장벽에 부딪힐 때도 있지만 세계는 발전하고 있다. 계속 아시아계 배우들이 맡는 역할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케이블 채널 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리에 방영되어 온 '워킹 데드'는 좀비가 지배하는 도시에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드라마로 시즌 8 방영을 앞두고 있다.

['워킹 데드' 스티븐 연, 새로운 한인스타 탄생 예고]

['워킹 데드' 코리안파워 "눈에 띄네"]

모델 겸 배우 다니엘 헤니는 미국 미시간 주 카슨시티 태생으로 아버지는 영국계 미국인, 어머니는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에서도 특유의 젠틀한 이미지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다니엘 헤니는 2005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한국에서 배우 데뷔를 했고, 2009년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캐스팅되어 미국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이밖에 한국 방송과 광고계에서도 꾸준한 활동을 해왔다.

이후 다니엘 헤니는 CBS의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스핀오프*로 제작된 '크리미널 마인드: 비욘드 보더스'의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다. (CBS의 '크리미널 마인드'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미국 드라마 중 하나로 FBI의 프로파일링(심리 분석) 전문팀인 BAU가 각종 범죄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수사 드라마다.) 2016년 3월 첫 시즌을 시작한 비욘드 보더스는 시즌 2를 끝으로 폐지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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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산드라 오는 캐나다 국적의 배우다. ABC의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로 유명세에 오르며, 일찍부터 성공한 한국계 배우로 꼽혀왔다.

2005년 첫 시즌 방영부터 전국 시청률 1위를 다투며 큰 인기를 끌어온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애틀의 한 병원을 무대로 한 의학 드라마다. 여기서 산드라 오는 아이를 유산하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 '크리스티나 양' 역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 역할로 에미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다섯 차례 올랐으며 골든글로브 TV부문 여우조연상, '그린 플래닛 무비 어워드'서 '할리우드 발군의 아시아 스타 10인' 등 많은 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드라마 첫 시즌부터 활약했던 그는 시즌 10을 마지막으로 시리즈에서 하차했다. 현재 그레이 아나토미는 시즌 14 방영을 앞두고 있다.

["작은 무대의 주연보다 큰 무대의 조연 택했다"]

[산드라 오 '그레이 아나토미' 하차]

다니엘 대 킴은 부산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으로, 현재는 하와이에 거주 중이다. 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과 함께 출연해 한국인 권진수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한국계 배우로 꼽힌다. 하지만 그도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작가는 아시아계 배우를 생각하지 않고 대본을 쓰기 때문에 오디션을 통과하기가 어려웠다. 간혹 아시아계만 뽑을 때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몰려온 배우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친 호 캘리 역으로 활발한 연기 활동 중이다.

올해 시즌 8 방영을 앞두고 있는 '하와이 파이브 오'는 미국의 수사 드라마로 1968년에서 1980년까지 방영된 '하와이 파이브 오'를 리메이크한 것이다.(원작과 리메이크를 구분하기 위해 영어 표기시 원작은 알파벳 'O'를, 리메이크작은 숫자 '0'을 붙인다.) 여기에 주연으로 다니엘 대 킴 외 한국계 배우 그레이스 박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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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켄 정은 16살에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듀크대를 나와 의사가 된 수재다. 바이올린 연주 솜씨도 수준급으로 알려졌다. 그는 익살스러운 외모나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들만 봤을 때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력을 가졌지만, 안정된 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고 맨몸으로 할리우드에 뛰어들었다.

이후, 영화 '행오버'(2009)에서 자동차 트렁크 속에서 발가벗은 채 불쑥 튀어나와 자신을 가둬둔 사람들을 난타하는 마약상 '미스터 차우' 역으로 관객을 웃겨 스타덤에 올랐다. '행오버' 시리즈로 켄 정과 인연을 맺은 토드 필립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켄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그는 내가 만난 배우 중에 가장 겁 없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못할 것이 없다"고 극찬한 바 있다.

이밖에 시트콤 '커뮤니티'에서 스페인어 교사 역을 익살스럽게 연기하며 '괴짜' 배우의 이미지와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커뮤니티'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N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시트콤으로 방영 초기,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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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난 김윤진은 1980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가, 뉴욕의 스태튼 아일랜드에 거주했다.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에 다닌 후, London Academy of Performing Arts에 진학했으며, 보스턴 대학교에서 학위를 얻었다. 그 후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TV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한국의 드라마 '화려한 휴가', '웨딩드레스' 등에 출연했고, 1997년 '쉬리'를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영어와 한국어에 모두 능통한 그는 이후, 2004년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캐스팅되며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주요 TV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약하여 2010년 종영될 때까지 출연했다.

2004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로스트'는 정체불명의 섬에 추락한 48명의 승객들이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된 드라마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김윤진이 '로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출연한 미국 드라마 '미스트리시스'는 2008년 영국 BBC에서 방송된 드라마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30대에 접어든 대학 시절 친구들이 남편의 장례식에서 다시 만나게 된 후 겪는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2013년 5월 3일 미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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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강은 197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났다. 그는 "조상 모두가 한국인이고 내가 어디서 왔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고 했다. 성공한 경영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하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팀 강은 어린 시절 장난꾸러기였지만 공부는 잘했다. UC버클리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뒤, 증권회사에 다니다가 2년 만에 그만두고 배우의 길을 택했다.

"증권회사에 들어가 최고의 훈련을 받으며 그야말로 앞날이 보장된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과를 마치며 드는 생각은 '결국 이 모든 것이 돈을 벌기 위한 것이었구나' 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돈이 내 삶을 끌어가는 추진력이 될 순 없는 거죠."

그가 선택한 것은 엑스트라였다. 일감이 있으면 한마디 대사의 배역에도 출연했고, 없으면 수십 수백 차례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원칙주의자에 가깝다고 했다. 2002년 HBO의 드라마 '소프라노스'에서 단역 의사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10여 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현했다. 이후, 2008년 '람보 4: 라스트 블러드'에서 한국인 용병 '엔 주' 역할로 실베스터 스탤론과 함께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CBS에서 방영을 시작한 심리 수사물 '멘탈리스트'에서 수사관 중 냉정하고 무뚝뚝하게 일에 몰두하는 킴벌 조 역을 맡았다. '멘탈리스트'는 초능력에 가까운 직관을 가진 주인공이 각종 범죄사건을 해결해 가는 수사물로 2015년 시즌 7까지 방영됐다.

[[Why] 할리우드 '최강 배우'를 꿈꾼다]

["증권회사 다니며 배우 꿈… 오디션만 수백 번 봤죠"]

[한인배우 팀 강 이제는 안방 스타]

청주에서 태어나 부모님을 따라 4살 때 미국으로 건너온 찰리 리는 예일대 드라마 스쿨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그 뒤 8년 동안 연극을 한다며 연기에만 빠져 거의 가난뱅이로 살았다고 했다.
그는 "미국도 연극하는 사람은 배고파요. 매일 길거리에서 파는 핫도그로 배를 채워야 했으니까요. 부모님께선 '저렇게 공부시켜 놨는데, 신세 꼴은 거의 노숙자구나'면서 안타까워하셨어요. 전 연기하는 동안 무척 행복했는데 말이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 이름을 올린 건 2002년 유명 드라마 시리즈 '로 앤 오더(Law & Order)'의 배역을 따내면서부터였다. 이전에도 몇몇 단역을 거쳤지만 이 드라마가 워낙 유명해 단역이라도 금방 얼굴을 알렸다. 그 뒤 '로 앤 오더: 크리미널 인텐트' '소프라노스' 등에서 고정 배역을 맡은 데 이어, '덱스터'에서 조연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연쇄살인범을 쫓는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덱스터의 동료 법의학자로 등장하는 그는 괴짜 캐릭터를 연기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코믹한 표정연기로 할리우드 사로잡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