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지만 이것으로 인사 문제가 정리되기는 어렵다. 안 후보자 외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도 쏟아지고 있는 데다 인사 검증 문제 등 구조적인 측면이 강해 쉽게 끝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 책임이 커 보인다는 점이 심각하다.

김상곤 교육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도 각자 자기 직무와 직결된 문제가 불거졌다. 설사 안 후보자가 임명됐더라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법'을 지키라고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조 후보자와 김 후보자 역시 임명되더라도 부처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무슨 자격으로 '고용·노동'을 말하고, '후세 교육'을 말하느냐는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9일 만났을 때 민주당 한 참석자는 "(새 정부 후보자들은) 과거 정부에서 낙마한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흠결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제기된 의혹들만 봐도 지난 정부 때보다 더 심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앞으로 또 무슨 문제들이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인사 참사'라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하고 있는 인사 검증은 한마디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나온 문제 중에는 평판 조회나 과거 저술 및 행적 등에 대한 조사 등 기초적 검증만 했어도 걸러질 수 있는 사안이 적지 않았다. 안경환 후보자의 경우도 충분히 걸러 낼 수 있는 흠결이었다.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안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서에는 문제가 된 '혼인신고'와 관련해 당시 서울가정법원에서 혼인무효심판을 확정한 사실이 기재된 서류가 포함돼 있었다. 이 이상한 흔적에 관심을 갖고 더 알아보았다면 지금과 같은 어이없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 11일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저희들 내부 높은 기준으로 철저히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내부 기준'이란 것이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졌거나 아니면 무능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검증 부실과 별개로 결국 흠결 있는 후보자를 최종 지명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여권에서는 안·조·김 후보자 등은 문 대통령이 직접 추천했기 때문에 민정수석실에서 검증을 부실하게 했거나, 'NO'라고 말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세 후보자는 대선 캠프에 참여했거나 문 대통령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갈 길 바쁜 새 정부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이 먼저 국민 앞에 나와 흠결 있는 후보자를 지명한 것을 사과하는 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새 정부가 '불통'으로 가느냐 '소통'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