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사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인사(人事)에 첫 제동이 걸렸다. 문 대통령은 5월 10일 취임 이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중단이라는 외교·안보적 요인을 제외하면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83%로 조사되는 등 비교적 순항해왔다. 그러나 안 후보자 사퇴로 외치와 함께 내정(內政)에서도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문 대통령이 안 후보자 사퇴 이후 야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협치'를 확대할지, 아니면 조금 더 진보 성향을 강화하는 후속 인사를 통해 '선명성'을 강화할지 주목된다.

◇협치나 선명성이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1시간 가까이 의혹을 해명하며 “검찰 개혁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제 개인적 흠보다 더욱 국민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했지만 결국 사퇴했다.

청와대는 이날 안 후보자와 관련해 민주당 등 청와대 바깥에서 적색 신호가 계속 전달되면서 종일 곤혹스러워했다. 안 후보자는 대통령이 직접 챙긴 인사라는 점 때문에 더 어려워했다. 청와대와 여당의 누구도 공개적으로 이들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거나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을 제기하기가 힘들었다. 안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때 선대위에서 '새로운 정치 위원장'을 맡았고, 그 이후 문 대통령 멘토 역할을 해왔다. 문 대통령이 '안경환 법무장관, 조국 민정수석'이라는 양 날개로 검찰 개혁 구상을 해왔다는 말도 있었다. 안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검찰과 법무부 개혁을 맡을 새 후보자를 찾아야 하는 돌발 상황을 맞게 됐다.

새 후보자 인선은 향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를 읽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는 안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야당과의 협조를 강화하자는 흐름과, 안 후보자보다 더 선명성을 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 등의 변호사를 법무장관으로 내세우자는 주장이 혼재하고 있다. 이 인선 결과는 문 대통령의 대(對)국회 관계 설정과 연결될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 의사를 밝히면서 "검증 결과를 보고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라고 말해 야당 반발을 샀다. 그러나 강 후보자 외에 논문 표절 의혹의 김상곤 교육, 음주운전 의혹의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추경 예산안 등 '중층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지지층에 직접 호소하고 야당 등 반대 진영과는 오히려 각을 세우는 길을 택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율을 업고 이 같은 길을 택할 경우 야당과의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청와대 인사 시스템 보완 여부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인사수석의 추천, 민정수석의 검증이라는 '인사 시스템'이 미비했던 취임 초기와 달리 지금은 이런 시스템을 정착시켜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 문제가 있던 게 이번 일로 확인됐다.

◇外治는 한·미 정상회담이 분수령

내정에서 인사와 협치라는 시험대에 오른 문 대통령은, 동시에 외치에서 사드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한·미 관계를 다지는 과제를 넘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달 29일과 30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4기의 사드 발사대 배치를 연기했다. '국내적 조치'라고 했지만 미국에서는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불만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강화·재확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미 간에 최근 대북(對北) 정책을 두고 서로 다른 신호를 내고 있는 것도 변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북한이 핵·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북한에 억류됐다 최근 혼수상태로 풀려난 오토 웜비어 문제 등으로 대북 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으로선 정권 출범 두 달째가 되면서 안팎으로 국정 운영 방향 선택의 순간을 맞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