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정인에 "한·미관계 도움 안되는 발언"]

19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서 문제 발언을 한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에게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고의 뜻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문 특보는 북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청와대는 미국 측에도 문 특보에게 경고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급히 불을 끈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문 특보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과 다른지에 대해서는 "딱 부러지게 말할 수 없다"며 "여러 옵션(선택지) 중의 하나"라고 했다. 결국 대통령 생각과 같지만 입 밖에 꺼낼 시기나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한·미 연합 훈련 중단·축소 카드를 북 도발 중단과 맞바꿀 수 있다는 비(非)전략적 사고(思考)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정부 핵심부의 생각이 노출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벌어진 '사드 보고 누락' 소동 때 이런 일은 예고됐다.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드 발사대 반입을 혼자 몰랐다면서 대통령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청와대 안보실은 부끄러워하는 대신 '정치 사건'을 만들었다.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미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청와대는 정의용 안보실장 등을 미국에 보내야 했다. '미국에 충분히 설명했고 다 이해했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와중에 또 문 특보 발언이 나왔다. 청와대는 사드가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아니라고 했지만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정상회담에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모두가 한·미 관계에서 거의 보지 못한 일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문정인·홍석현 두 특보를 임명하면서 "통일·외교·안보 정책 기조와 방향을 저와 의논하고 함께 챙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 특보는 공개 경고를 받고, 홍 특보는 특보인지 아닌지도 애매하다가 어제야 해촉 과정을 밟는다고 한다. 개인 문제로 이미 물러난 안보실 2차장까지 외교·안보 분야에서 벌써 세 명째 문제다. 살얼음판 같은 국제 정세를 관리하는 정부 맞느냐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