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민노총이 주도하는 총파업 집회와 시위가 벌어졌다. 광화문광장에선 경찰 추산 2만5000명이 모여 행진했다. 교통이 막히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까지 집회에 참가해 상당수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민노총 등이 주장한 것은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최저임금을 당장 1만원으로 인상시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민노총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의아하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는 것은 정부가 공약한 내용이다.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왜 빨리 안 하느냐고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민노총은 자기들이 탄핵 정국에서 촛불 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 말대로면 자기들이 지원해 세운 정부인 것이다. 대통령도 '나는 친노동계'라고 말했다. 그런데 노동 단체가 자기들 지지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흔들어대고 있다. 대통령이 '1년은 지켜봐 달라'고 간곡히 요청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자기들 욕심만 챙기는 사람들이다.

이 사태는 정부의 실책 탓인 측면도 있다. 정부가 노동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계 협조를 받아내야 한다. 공공 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것은 노동계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그런 전략적 사고 없이 앞뒤 보지 않고 정책으로 공표부터 해버렸다. 그러자 민노총 지도부는 정부가 약속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권 출범 첫해인 2003년 노조 친화적 태도를 보이다가 화물연대 파업 등을 겪고 나서 "대통령직 못 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했다. 노조가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자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자칫하면 14년 전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