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11월 14일)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로 했던 우정사업본부가 오는 12일 발행 자체를 재심의하는 회의를 연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는 작년 4월 경북 구미시가 제안했고 우정사업본부가 작년 5월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 발행을 결정한 사안이다. 원래 올 9월 60만장을 발행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우정사업본부가 지난달 말 열린 우표발행심의위에서 박정희 우표 발행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좌파 시민단체 등이 '독재자 우상화'라고 주장하는 등 반대 여론이 커졌다는 것이 이유다.

박정희 우표 발행에 대해선 작년 국회 국정감사 때도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삼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당시 우정사업본부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었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인 만큼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1년 전 박정희 우표 발행을 결정했을 때도 반대 주장이 있었다. 그때와 사정이 달라진 거라고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사실뿐이다. 지금까지 우정사업본부가 우표 발행을 재심의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새 정권과 코드 맞추자는 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억압적 정치 체제를 유지했다는 과오가 있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리는 데 가장 기여가 컸다고 평가받는다. 우정 당국은 2016년 이중섭 화가의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한 일이 있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탄생 100주년 때도 '현대 한국 경제 인물' 기념우표가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결정된 일을 정권이 교체됐다고 별 이유도 없이 뒤집어버리는 것은 옹졸한 일이다. 지금 정부가 결정한 일을 다음 정부에서 뒤집는다 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념우표 하나 발행하는 것도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해서는 국민 통합도 요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