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플랜 B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에 앞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공 선언까지 한 지금 상황을 "6·25전쟁 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때 열린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다. 북에서 발사한 것이 ICBM이라면 캐나다도 사정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이같이 규정했다.

이제 북한에 레드라인(금지선)은 의미가 없어졌다. 한·미가 어떤 레드라인을 설정해도 북이 이를 어길 때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중·러가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한 문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이번 G20 회의에서 재확인된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립 구도가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미 다섯 차례 핵실험을 하고 ICBM 기술을 거의 획득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은 '0'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6자회담 수석 대표 출신의 이수혁 민주당 의원이 말한 대로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제로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라는 폭력적 범죄 집단이 핵과 ICBM을 손에 쥐고 미국과 한반도 문제를 흥정할 상황이 눈앞에 와 있다. 국제사회는 무력(無力)하다. G20 회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공동성명도 내지 못했다. 이제 한국의 자위(自衛)에 대해 정부와 국민 모두 보다 심각한 인식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칫하면 나라가 역사상 유례없는 폭력 집단의 인질로 잡힐 처지다.

새 정부는 여전히 북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먼저 이끌어낸 후 평화 체제 협상을 통해 북핵을 폐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6일 독일 연설에서 오는 27일 정전(停戰) 협정 64주년을 기해 일체의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북에 제안했다. 우리 군이 북의 4차 핵실험 대응책으로 재개한 확성기 대북 방송을 먼저 중단하는 방안까지 거론된다고 한다. 이렇게 북의 환심을 사서 남북 핵 협상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면 순진한 정도를 넘어 위험한 생각이다. 북이 어떤 행동을 해도 결국 자신들 뜻이 관철되니 김정은의 머릿속엔 미국과의 담판밖에 없고 한국은 그 담판으로 얻을 전리품일 뿐인 것이다.

이제 수년 안에 미·북 담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를 시작해야 한다. 외교 해결의 창을 닫지는 않되 어떤 환상도 갖지 말고 군사적·정치적·현실적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 먼저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