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문재인 정부 완급조절 필요…”]

정세균 국회의장이 헌법 제정 69주년인 17일 "개헌은 국민적 요구이며 정치권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헌을 관통하는 핵심 정신으로 '분권(分權)'을 꼽고 '입법·사법·행정 3권분립 보장' 및 '중앙과 지방의 권한 배분'을 들었다. 내년 3월 개정안 발의, 5월 국회 의결 후 6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는 구체적 일정도 제시했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6월 개헌을 약속했고 국민적 공감대도 성숙한 만큼 이번에는 기필코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만·오기의 제왕적 대통령이 몰락하면서 그 덕에 등장했다. 그런데 취임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과거와 무엇이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일방통행 통치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0)에서 시작해 탈(脫)원전, 최저임금 대폭 인상, 4대강 보(湺) 개방 등 나라의 기본틀을 바꾸는 일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 국회와 협의도 없었고 여론 수렴 절차도 없었다. 심지어 전문가들과 함께 숙고하는 모습조차 없었다. 관련 위원회는 전부 위세에 눌린 거수기에 불과하다. 검찰이나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려는 시도도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대통령 한 사람이 일방독주 하는데도 정치권을 포함해 아무도 견제하거나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 상황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3만~5만여원인 대입(大入) 전형료 인하까지 지시하자 나흘 만에 전국 국공립대 총장들이 모여 인하하겠다고 한다. 과거에도 집권 초 대통령들은 이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그러다 결국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무너졌다. 나라 전체가 그 악영향을 받았다.

이제 분권하지 않고는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시대다. 독주할 힘과 능력이 등장할 가능성이 없다. 분권과 효율이 상반되는 개념이던 세상도 이미 지나갔다. 무엇보다 짧은 임기의 대통령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대로 힘을 휘두르는 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대통령 권력을 나누고 입법과 사법,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지고 일할 수 있게 나라의 틀을 바꿔야 할 때다. 연말까지는 국회 차원의 개헌 단일안이 나와야 한다. 모두가 소리(小利)를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