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못주는 '동네 시급']

내년도 최저임금이 갑자기 높아져 근로자 4명 중 1명꼴(463만명)로 최저임금 대상자가 됐다.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급격한 인상이다. 급하게 내놓은 대책이 국민 세금 3조원으로 민간 근로자들 임금을 보충해주겠다는 것이다. 그 발상도 황당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 자체가 없는 상태다. 일만 저질러놓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근로자 30인 미만인 소상공인과 영세기업에 세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전체 사업자 354만개 가운데 86.4%가 종사자 5인 미만의 소상공인이고, 98%가 종사자 30인 미만이다. 증빙 서류를 낼 수 있어야 정부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을 텐데 그러면 4대보험 사업장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단기 고용이 많은 소상공인은 그조차 지원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고용을 줄이거나 임금 인상분을 반영해 물건 값을 올리는 것 외에는 대처할 방도가 없다.

만약 무차별 지원을 한다면 국민 세금을 빼먹기 위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게 벌어질 것이다. 30인 미만만 지원할 경우 형평성 논란도 야기된다. 종사자 30인 이상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도 못 받고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고용 축소·회피가 불 보듯 뻔하다.

무턱대고 최저임금을 올려놓고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이 정책은 결코 계속될 수 없다. 대통령 공약대로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국민 세금이 여기에만 16조원이 들어가야 한다. 상식 밖의 일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어제 대한상의 강연에서 "정부가 기업의 임금을 보전해주는 그런 방식을 영원히 갖고 갈 수는 없다. 이는 일정한 시한을 갖는 정책"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라는 말도 없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근로자에게는 소득 증가이지만 기업이나 고용주한테는 비용 증가다. 고용 축소나 물가 상승 압력 등 경제 전체에 일파만파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부가 어차피 국민 세금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할 요량이라면 근로장려금 제도 같은 복지 제도를 개선하는 편이 경제에 충격도 덜 주고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경제 정책을 누구와 싸우듯이, 실험하듯이 하는 태도를 지금이라도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