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끝내 이견 못 좁혀… 민주의총서 절충안 거부]

정부가 제출한 11조2000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추경안에 공무원 1만2000명의 채용에 드는 행정 비용 80억원이 반영된 것 때문이다. 야당은 공무원 증원에 반대하는데 채용 비용이 통과되면 자동적으로 증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법률상 추경은 자연재해 등 긴급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편성하는 응급처치 성격의 예산이다. 공무원 채용은 일반 예산에 담는 것이 맞는다. 일반 예산을 논의할 정기국회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새 정부가 추경에 집어넣은 하반기 공무원 추가 채용 1만2000명은 5년간 공무원 17만4000명을 뽑겠다는 대선 공약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그냥 일자리가 아니다. 철밥통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분이 보장되는 만큼 앞으로 20~30년간 국민 전체가 세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공무원을 이만큼 더 뽑아 30년간 임금을 지급할 경우 국민 세금이 총 350조원 넘게 든다고 했다.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엄청난 일을 놓고 새 정부가 비용 추계를 졸속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 대선 공약 당시에는 공무원 증원에 드는 국민 세금이 7급 7호봉 기준으로 5년간 16조7000억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선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든 8조2000억원이 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7급 7호봉 기준으로는 5년간 28조5499억원, 전원 9급으로 뽑을 경우에는 17조 8015억원이 든다고 했다. 예산정책처는 그 구체적 근거를 모두 제시했다. 새 정부는 근거 제시 없이 16조 든다고 했다가 두 달 만에 8조 든다고 말을 바꿨다.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늘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숫자를 바꾸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8조2000억원은 대체 어떤 셈법으로 나온 수치인지 구체적으로 그 내역부터 국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공무원 증원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사회복지, 치안, 소방, 군 부사관 등은 늘려야 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행정 수요가 변하면서 공무원을 줄여야 하는 분야도 분명히 있다. 학생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교육계도 교사 숫자를 무작정 늘릴 때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102만명에 달하는 공무원을 수요에 맞게 재배치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새 정부는 그런 노력 대신 교사 증원 등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각 부처별 인력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소요 경비를 철저히 따져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