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 함정에 빠진 문정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이 발표됐다.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사람 중심 경제'의 핵심은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그 돈이 돌면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대전환한다는 선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역대 정부는 성장으로 분배를 개선하려 했는데 거꾸로 분배 개선으로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게 이 실험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공 일자리 81만 개 확대와 비정규직 제로, 월 10만원 아동수당 신설, 노인 기초연금 인상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국민 세금을 푸는 것이다. 그래서 문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재정 지출 증가 속도를 경상 성장률보다도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겠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건 맞는다. 양극화를 완화하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현안 중의 하나다. 복지에도 적극 투자해 취약 계층과 저소득 가계를 보듬어야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한국 경제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의 변화와 중국의 부상 등으로 인한 주요 산업들의 경쟁력 상실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구조적 저성장의 위기를 벗어나는 해법은 규제 개혁과 혁신,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 개혁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기업,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새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서 이런 근본 문제에 대한 해법은 거의 없다.

놀라운 것은 세금을 대량으로 풀겠다면서 세금을 어떻게 더 걷겠다는 얘기가 없다. 다행히 새 정부는 10년 만에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 집권해 세금이 잘 걷히고 있다. 하지만 새 정부의 '분배 먼저' 정책에는 정부 측 추계로만 178조원이 든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더 들 것이다. 일부 대기업·고소득층 증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광범위한 증세가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론'은 실제로는 '세금 주도 성장론'이 된다.

세금을 충분히 걷지 않고 빚을 내면 재정 적자가 커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재정 적자가 심각한 나라들은 누란(累卵)의 위기를 겪었다. 정부 역할이 커지면 도덕적 해이도 뒤따른다. 그걸 막기 위한 공공 개혁은 필수다. 새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에서는 이런 고민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경제를 뒤집는 것과 같은 큰 변화를 이끌려면 전문가 그룹의 오랜 토론과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 차원의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새 정부에선 대선 당시 이런 실험적인 경제 정책들을 발상하고 주도한 면면이 누군지조차 분명하지 않다. 경제 부처들은 그저 따라갈 뿐이다. 세계 노동계에서 나온 이론을 한국에 적용해보는 것이라면 정말 국가 경제를 실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