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주최 '제1회 치믈리에 자격시험' 수석 합격자 김미정씨.

'1991년 구미 송정동에서 시작했다. 2년 연속 한국 산업의 브랜드 파워 1위를 수상했다. 개그맨 박명수가 운영했던 프랜차이즈다. 뉴욕 맨해튼에도 지점이 있다.'
이 설명을 보고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를 고르시오.
①페리카나 ②굽네치킨 ③BHC ④멕시카나 ⑤교촌치킨

다음문제. 아래 대화를 보고 두 사람이 시켜먹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메뉴를 고르시오.
"아…화이트크림소스 왜 이렇게 맛있어? 양파도 완전 아삭아삭함ㅋㅋ"
"통살이라 더 맛있는듯~. 앞으로 난 이것만 먹을거야."
①또 래오래 엔젤치킨 ②멕시카나 순살 마늘치킨 ③BHC 치바고 ④굽네치킨 딥치즈 시리즈

지난달 22일 치러진 배달앱(App) ‘배달의민족’이 주최한 ‘제1회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나온 문제다. 치믈리에는 ‘치킨’과 와인 전문가를 뜻하는 ‘소믈리에’의 합성어로 ‘치킨 감별사’ ‘치킨 전문가’를 뜻한다. ‘치킨 상식’을 묻는 필기평가 30문제, 프랜차이즈 치킨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실기평가 12문제 등 42점 만점으로 치러진 이번 자격시험에는 모두 500명이 응시했다.

배달의민족은 그중 필기 15점 이상, 실기 6점 이상을 받은 118명의 합격자를 발표했다. 수석(首席)은 총점 35점을 얻은 취업준비생 김미정(28·여)씨가 차지했다.

1일 수석 합격 통보를 받은 김씨는 “교과서 공부에 충실했다는 수능 수석합격자처럼 나는 ‘치킨의 기본’이라고 할 프라이드 치킨을 두루 맛보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며 “브랜드별 프라이드 치킨 맛을 알면, 여기에 각종 양념을 묻혀낸 다양한 제품들의 차이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28살 취업준비생 김미정입니다."

―필기시험 30문제 중 26문제, 실기시험 12문제 중 9문제를 맞혀 수석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혹시 대학에서 식재료와 관련된 전공을 하셨나요?
"아닙니다. 행정학을 전공했습니다."

―'치믈리에 자격시험' 참가 계기가 궁금합니다.
"평소 배달의민족 앱을 자주 사용합니다. 푸쉬알림으로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린다고 해 호기심에 참가했습니다. 남부럽잖은 치킨력(치킨力·'치킨과 관련된 능력'을 뜻하는 은어)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응시자들 사이에서 '허를 찌르는 시험문제가 출제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저는 생각보다 무난한 난이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저는 평소 '뼈 있는 닭'을 선호하는 편인데 실기시험으로 순살 치킨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1교시 필기영역 시험지.


―시험준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
"시험 전날 배달의민족 유튜브 페이지에 올라온 동영상을 5분정도 시청한 게 전부입니다. 실기시험은 지금까지 치킨을 먹어오면서 체득한 지식을 발휘하는 수준이었고, 필기시험은 평소 치킨을 시킬 때마다 참고하던 사진 하나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떤 사진인가요?
"프랜차이즈 업체가 순살 치킨을 판매할 때 닭의 어떤 부위를 사용하는지 정리해놓은 한 기사의 그래픽입니다. 필기시험 5번 문제가 '다음 치킨 부위 중 가슴살에 속하는 가장 정확한 위치를 고르시오'였습니다. 많은 응시자가 어려워했지만, 제겐 쉬운 문제였습니다.

김미정씨가 순살치킨을 시켜먹을 때 참고했다는 기사 그래픽.


―오늘(1일)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수석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셨나요?
"처음엔 보이스피싱인줄 알았습니다. 이 정도로 문제를 잘 풀었을지는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날 시험의 백미는 서로 다른 12종류의 치킨을 맛보고 ‘업체명―제품명’을 맞추는 실기평가였다. ‘프라이드치킨’ ‘가루치킨’ ‘양념치킨’ ‘핫(hot)양념치킨’ 등 4개 영역으로, 문제마다 8개의 보기가 출제된 이 평가는 평소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내놓은 제품을 섭렵하지 않으면 정답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것이다. 8개의 비슷비슷한 양념치킨 중 그것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콕 집어내려면 수많은 시식을 통해 그 맛을 뇌가 기억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2교시 실기영역 문제지. 9개 브랜드의 서로 다른 제품이 출제됐다.


―실기평가에서 9개 브랜드의 치킨이 출제됐습니다. 각 브랜드별로 또 '프라이드' '양념' '가루' 등 다양하게 제품이 나뉘는데, 그 많은 치킨의 미묘한 맛 차이를 구별해낼 정도로 평소에 많이, 또 두루 먹어보셨나요?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점심을 먹지않듯, 치킨도 그날그날 기분과 상황에 따라 적합한 걸 시켜먹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가 워낙 많고, 메뉴도 다양하다 보니 자주 먹어도 물리지 않아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치킨브랜드는 작년 말 기준 392개에 달한다. 가맹점 수는 2만5000여곳. 이 중 절반 가량이 상위 16개 브랜드에 속해 있다. 배달의 민족은 상위 9개 브랜드 치킨을 실기시험에 냈다.)

―브랜드마다 다른 치킨 맛을 어떻게 포착하셨나요?
"치킨이라고 다 같은 치킨이 아녜요. 이것은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한 것이죠. 일단 시각적으로 브랜드마다 튀김옷 형태가 달라요. 향(香)과 맛에도 차이가 있고요. 예컨대 '양념치킨 영역'에 출제된 '또래오래'는 타 브랜드와 달리 양념에서 케첩맛이 강하게 나고, '페리카나'는 달짝지근한 물엿맛이 나죠. '가루치킨 영역'의 '네네치킨 치즈스노윙'은 치즈를 듬뿍 뿌린 과자맛에 가깝고, 'bhc 뿌링클'은 양파향이 강한 편이에요. 파슬리 가루를 뿌려 노란색과 초록색 색감을 살린 것도 특징이고요. 논리적으로 '이 치킨이 무슨 치킨이다'라고 찾아냈다기보단, 눈과 혀의 감각에 맡긴 겁니다."

―실수로 아쉽게 틀린 문제도 있나요?
"가장 자신있던 '프라이드 영역' 1번 문제에서 실수를 했어요. 답이 '네네치킨'이었는데 'bhc'를 골랐죠. 저희 동네 '네네치킨'은 순살을 시키면 가슴살로 만든 순살이 와요. 씹어보니 식감이 닭다리살이라 '네네치킨'을 정답에서 무조건 배제시켰죠. 동네마다 사용하는 순살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말씀하신 '감각'이라는 게 치킨을 한두 번 먹어선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소비한 치킨이 대략 몇 마리나 될까요?
"일주일에 1~2번은 무조건, 많을 땐 3~4회 정도 먹습니다. 살면서 먹은 치킨의 총량은… 한 2000마리쯤 되지 않을까요? 몇 살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식탁에 도란도란 모여 치킨을 먹었던 기억이 있으니까요."
1989년생인 김씨가 6살 때부터 일주일에 2번씩 치킨을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소비한 닭은 약 2400마리다.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드시나요?
"브랜드를 가린다기보단, 브랜드마다 선호하는 제품이 있죠. 교촌치킨은 '허니콤보', 또래오래는 '갈릭플러스', BBQ는 '매달구', bhc는 '핫프라이드'… 이런 식으로요."

―치킨을 왜 좋아하나요?
"배달이 편하고, 가족이나 친구끼리 둘러앉아 나눠 먹기도 좋고요. 그리고 제가 술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소고기나 돼지고기 먹는 자리와 다르게 치킨집에선 '절대 음주량'과 상관없이 술자리를 즐기기 마련이죠. 접근성이 높단 것도 큰 장점이에요. 어디서 친구를 만나든 인근에 치킨집은 있잖아요."

―치킨을 자주 시켜 드시는 입장에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의 문제점을 짚어주신다면.
"치킨 값 때문에 슬프죠. 신제품 개발비, 홍보비 등으로 치킨 값이 오른다고 하는데, 닭값이 떨어져도 치킨 값은 요지부동이에요. 소비자 입장에서 비싼 치킨을 먹으면서 선뜻 신 메뉴에 도전하기도 어렵고요. 경쟁적으로 신 메뉴 개발에만 몰두하다 보니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사라져 버리는 메뉴도 많고요."

―1회 수석으로서 '2회 치믈리에 참가대회'에 응시할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수많은 메뉴가 시장에 나오지만 기본은 '프라이드 치킨'입니다. 기본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합격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처음 치러진 치믈리에 자격시험에서 수석을 했지만, 그에게 주어지는 특전 같은 것은 없다. 단지 '명예'만 간직할 뿐이다.
깜빡 잊은 말이 생각난 듯 김씨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이 명제를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