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86층 토치타워, 화재에도 사망자 '0']

[런던 아파트와 닮은 불… 불난 이후는 달랐다]

런던과 두바이에서 두 달 간격으로 발생한 고층 아파트 화재는 발생 초 상황은 엇비슷했는데 결과는 극명하게 달랐다. 6월 런던의 24층 아파트 '그렌펠타워' 화재에선 80여 명이 사망했고,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86층 아파트 '토치타워' 화재 때는 한 명 희생자도 없었다.

두 건물 모두 가연성(可燃性) 외장재를 사용해 불길이 빠르게 번져 나갔다. 런던 그렌펠타워는 15분 만에 건물이 화염에 휩싸였다. 두바이 토치타워는 중간층에서 발화한 불길이 건물 외벽을 타고 순식간에 옥상까지 번졌다. 화재 발생 시간이 새벽인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지은 지 43년 된 그렌펠타워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반면 토치타워에서는 화재 경보가 바로 울렸고, 소방 당국은 주민을 신속히 대피시켰다. 특히 토치타워엔 방화벽이 설치돼 있어 불길이 다른 층과 가구로 확산되는 걸 막았다. 불은 외벽을 타고 위아래로만 번졌다. 방화벽이 없었던 런던 그렌펠타워에선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번졌다. 결국 그렌펠타워 화재와는 달리 토치타워 주민들은 불길이 닿지 않은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할 수 있었다.

고층 빌딩은 소방관과 소방 장비가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스프링클러나 화재 감지 설비 등 방화 초동 장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재에 취약한 가연성 외장재는 절대 써선 안 된다. 불길 확산을 막는 시설과 피난 구역을 설치해두는 것도 필수적이다. 우리는 2년 전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하긴 했지만 기존 빌딩들엔 적용되지 않는 조항이다. 올 초 4명 사망자를 낸 동탄신도시 주상복합 화재 때는 스프링클러와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용접 작업 하면서 경보가 자꾸 울린다고 경보기 등을 꺼놓았던 것이다.

국내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3266개(2016년 기준)나 된다. 그중 2701개가 아파트다. 지난해에만 고층 빌딩 화재가 131건 발생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자기들이 일하는 건물, 사는 아파트에 무슨 방화 시설이 돼 있고 비상시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경우가 별로 없다. 고층 빌딩, 고층 아파트는 화재를 막기 위해 무슨 설비를 해놨고, 어떤 방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입주자들에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