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반성하지만…" 계속 버티는 박기영]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0일 사퇴를 거부했다. 과기본부장은 연간 국가 R&D(연구·개발) 예산 20조원을 움직여 국가 기초·산업 기술의 미래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본부장이 노무현 대통령 보좌관을 했고 이번에 자신의 선거를 도운 개인적 인연만으로 이 자리에 임명했다. 과학기술계 거의 전체가 들고일어나 반대했지만 결국 외면했다.

박 본부장은 11년 전 나라를 뒤흔들었던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에 직접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과기계가 "과학기술계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약물 선수가 감독으로 돌아온 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박 본부장이 정말 과학자라면 자리를 맡으라 해도 거절했어야 했다. 놀랍게도 청와대는 그를 임명하면서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고 한다. 10일에도 "과(過)가 적지 않지만 적임자이기도 하다"고 했다. 오만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박 본부장은 10일 "구국의 심정으로 일하겠다"고 했다. 국가 R&D 예산의 왜곡을 심화시킨 시발점이 황우석 사태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에게 막대한 연구 기금 지원을 주선하고 그 잘못된 연구에 어떤 기여도 한 적이 없으면서도 논문에 공동 연구자로 이름까지 올렸다. 거액 연구비도 받았다. 자숙해도 부족한 사람이 정치 낙하산을 타고 다시 등장해 '구국의 심정'을 말하고 있다. 염치가 없어도 이럴 수는 없다.

연구자 단체 대부분이 반대 성명을 냈고 점점 번지고 있다. '독단' '무시' '천대' 같은 단어들로 채워진 성명서를 보면 지금 과학기술인들이 얼마나 분노, 절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심지어 이 정권과 한편이라는 민주노총 사람들까지 반대 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박 본부장은 문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 외에는 그가 그 자리를 맡아야 할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박 본부장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